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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제주 국제학교에 대해 이익금을 외부 투자자에게 배당(과실송금)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그제 이런 내용의 ‘제주특별법’ 일부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제주 국제학교 학교회계의 법인회계 전출을 허용해 잉여금 배당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학교가 기업과 다를 게 뭐가 있는가. 교육의 본질을 위협하는 반교육적 법개정안은 당장 폐기해야 한다. 정부는 국제학교를 관할하는 제주시교육청이 강력 반발하고 나선 것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토부는 국제학교 이익금 배당 정책이 국제학교 내실화와 유치 활성화를 위한 조치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 현재 운영 중인 제주 국제학교는 중도 이탈자가 늘고 외국 학생들의 전입실적이 낮아 존폐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는 외국 본교가 직접 투자하지 않고 학사 프로그램만 제공하는 ‘무늬만 국제학교’인 탓이 크다. 일종의 정책 실패인 셈이다. 제주도에 국제학교를 유치한 것도 문제가 많은 터에 학교를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것은 교육의 근간을 허무는 처사다.

현행 교육법이 학교 운영에서 남은 돈은 교육에 재투자하도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것은 교육의 공공성을 위한 것이다. 정부가 학교와 기업의 경계선을 철폐하자고 나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제주도 국제학교의 과실송금 허용은 인천 송도 등 전국 경제자유구역의 외국교육기관으로 급속하게 확대될 수밖에 없다. 이들 학교가 운영난을 들어 과실송금 허용을 요구한다면 정부가 무슨 명분으로 이를 막을 수 있겠는가. 국내 학교들도 학생수 급감으로 곤경에 처한 대학들을 중심으로 형평성을 내세워 한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런 식으로 진행되면 학교가 본질인 교육보다 이윤추구에 더 신경을 쓰는 ‘학교 기업’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잖아도 기반이 취약한 공교육은 붕괴 위험에 직면할 것이다.

제주 국제학교 (출처 : 경향DB)


정부의 이번 방침은 지난 2013년 제4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마련한 투자활성화 대책의 후속 조치다. 정부는 1년4개월 가까이 부처간 의견수렴을 거쳤다고 강조했지만 교육부의 반대 목소리를 묵살한 채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부처 내에서조차 의견이 엇갈리는 정책인 것이다.

이번 법개정안은 아직 입법 예고 중이다. 그런 만큼 학교를 주식회사로 만들 작정이 아니라면 추진 절차를 중단하는 게 합리적이다. 아울러 제주 국제학교에 대해서는 중앙정부가 아니라 제주교육청이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위와 취지에 맞게 별도의 활성화 방안을 도출하도록 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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