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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수학이 쉬워지고 시험보다 수업과정 평가가 강화된다고 한다. 교육부는 그제 이런 내용의 ‘제2차 수학교육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향후 5년간 이 계획을 추진해 학생들이 수학에 흥미를 갖고 수업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자는 것이다. 수학 공부를 포기하는 학생을 일컫는 ‘수포자’가 양산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원론적으로 맞는 방향이다.

수포자는 대체로 고교 진학 후 급증한다. 중학 과정에 비해 학습량이 늘고 난도가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고교 1학년 2학기가 되면 학생의 3분의 1가량만 정상적으로 강의를 듣고 나머지는 ‘외계인 언어’로 강의하는 것처럼 느끼는 현상이 반복된다고 한다. 대학 수능 수학 과목에서 원점수 100점 만점에서 30점도 못 받는 인문계 수험생 비율이 40%를 넘나드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수포자가 늘면서 수학은 사실상 교과목 지위를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학 교육의 일탈 현상은 대학원 수준의 문제를 2~3분에 한 개씩 풀어야 높은 점수가 보장되는 수능 탓이 크다. 수학 교육이 원리와 개념을 배우지 않고 빠른 시간 내 문제를 푸는 능력을 배우는 것으로 변질된 이유다. 이러니 중·하위권 학생들을 배려할 여력과 시간이 없는 것이다. 이번에 수포자들이 수학에 흥미를 갖도록 바꿀 수 있다면 공교육 정상화의 큰 업적으로 기록될 것이다.

교육부가 내놓은 앞으로의 수학 정책은 문제 풀이 중심의 수학 교육이 아닌 학생들이 수학에 흥미를 갖도록 유도하는 교육이 되게끔 만들어야 한다. (출처 : 경향DB)


문제는 교육 현장이 이런 수업을 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대학 진학에 미치는 영향이 큰 교육 정책은 민감성이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평가만 해도 학생의 수업 자세와 내용을 관찰해 성적을 매기는 관찰평가를 도입한다지만 그럴 만한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내신 성적에 반영되는 만큼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많을 터이다. 모두가 수용 가능한 평가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또 다른 사교육 등장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학원가에 당장 내일이라도 ‘관찰평가법 수강생 모집’ 플래카드가 나붙을 수 있다.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교육 개편은커녕 사교육만 배불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대학 입시와의 연계성 확보도 반드시 필요하다. 대학들이 바뀐 교육에 합당한 전형 방식을 개발하지 않는다면 교육현실과 괴리돼 혼란만 부른 ‘입학사정관제’ 전철을 밟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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