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노사정 타협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 추진을 위한 광주시와 현대자동차의 협상이 당초 시한인 15일을 넘겼다. 광주시와 현대차는 이날 투자협약 체결을 위한 협상을 벌였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오는 주말까지 추가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 사업은 광주시와 현대차의 공동투자로 연간 10만대의 차량을 생산하는 공장을 설립, 직접고용 1000여명, 간접고용 1만1000여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노동자들의 임금은 국내 완성차업계 평균의 절반가량으로 하는 대신 정부와 광주시는 주거·보육·의료 등 각종 후생복지를 지원하게 된다. 노동이사제 등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하는 길도 열린다. 노동자와 기업이 한발씩 양보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해 일자리를 만드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 모델이다. 당초 광주시와 현대차는 국회 예산 심의가 마감되는 15일을 최종 협상 시한으로 잡았다. 끝내 협상이 마무리되지 못해 안타깝지만 그나마 완전히 결렬되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지난 6일 현대자동차 노조가 울산공장에서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 프로젝트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역과 민간기업의 협력모델로 관심을 모았으나, 최근들어 간접고용과 저임금에 의존하는 대기업의 손쉬운 돈벌이에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협상이 난항을 겪는 것은 광주시가 지난 5월 현대차에 최초 제안했던 평균 초임 3500만원, 5년간 임금·단체협약 협상 유예 등의 일부 조건이 변경되면서 현대차가 난색을 표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사업에 현대·기아자동차 노조, 민주노총 등이 강력히 반발하며 총파업까지 예고하고 있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조 측은 이 사업이 ‘저임금 일자리 경쟁의 산물’이라며 다른 자동차공장의 임금과 일자리도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 공장은 노동자들의 임금이 다른 자동차공장에 비해 낮고 단체협상도 유예되는 조건이기 때문에 노조가 이를 우려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고용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노사정이 서로 양보하고 타협해서 일자리를 만들어내자는 사업의 취지를 살릴 길을 찾기 바란다.

자동차산업은 고용창출 효과가 매우 크지만 1996년 현대차 아산공장을 마지막으로 국내 공장 설립이 20년 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동안 현대·기아차는 해외에만 공장을 세워왔다. 광주에 새 완성차공장이 설립되면 국내 제조업의 부활과 고용창출을 촉진하는 상징적·실질적 의미가 크다. 예산 심의를 위한 시간은 아직 남아 있다. 광주시와 현대차가 협상의 불씨를 살릴 지혜를 찾고, 노조도 고사 직전의 지역경제와 고용을 살린다는 취지를 이해하길 바란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