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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가 이틀 앞이다. 부모와 자식, 형제와 자매가 마주앉을 것이다. 반가워하며 웃다가 잠시 다투기도 할 터이다. 평범하다 못해 진부하기까지 한 풍경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이룰 수 없는 비원이다. 세월호 참사로 숨지거나 실종된 304명의 가족들이다. 혈육을 잃은 사람들은 명절이나 생일이면 더 많이 아프고 외로워하게 마련이다. 떠난 이의 빈자리를 실감하게 되는 까닭이다. 모두가 세월호 가족을 보듬어야 할 시간이다.

현실은 참담하다. 사고 발생 140일이 넘도록 실종자 10명의 가족은 진도 팽목항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희생자 가족은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청와대 앞과 광화문에서 노숙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일부 세력의 야만과 무례다. 단식 중인 세월호 가족 앞에서 폭식투쟁이니 실험단식이니 조롱을 일삼는 이들이 있다. 인간에 대한 예의가 있다면 차마 하지 못할 일이다. 세월호특별법 제정에 대한 견해는 누구나 다를 수 있다. 그러나 특별법에 반대한다고 유가족을 모욕할 권리가 생기는 건 아니다. 이런 행태는 세월호 가족뿐 아니라 공동체 전체에 대한 모독이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5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세월호 사고 실종자의 부모가 바다를 향해 딸의 이름을 목놓아 불러본 뒤 노란 리본이 나부끼는 방파제 길로 힘겹게 걸음을 옮기고 있다. (출처 : 경향DB)


정부와 여당의 행태도 납득하기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페이스북에 추석 메시지를 올렸으나 세월호 가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참으로 매정하다. 명절 덕담 하는 일이 그리 어려운가. 위로 한마디 했다가 세월호 정국에서 양보한다는 인상을 줄까 두려운가.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 등은 ‘같은 장소에서 연속해 30일 넘게 집회·시위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의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한다. 국회와 광화문 등에서 수십일째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세월호 가족과 시민을 겨냥한 것이 명백하다. 집권당이 명절을 맞아 위로는 못할망정 이런 ‘선물’을 내놔서야 되겠는가.

집권세력은 ‘세월호’와 ‘민생’을 대립항으로 놓고 시민의 선택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둘은 이분법적 개념이 아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민생의 뜻을 ‘일반 국민의 생활 및 생계’ ‘생명을 가진 백성’으로 정의하고 있다. 세월호 가족이야말로 국가가 돌봐야 할 ‘국민’이고 ‘백성’이다. 유가족에게 ‘이제 그만하자’고 하는 것은 민생의 의미를 오독하는 일이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믿고 싶어하는 이들이 있다. 그렇지 않다고,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말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 직후 다짐하지 않았던가. 4월16일 이전과 이후는 달라질 것이라고, 달라져야 한다고. 가족과 함께하는 한가위, 그 다짐을 되새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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