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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을 거론하면서 “서울중앙지법에서 부패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합의부 7곳 중 5곳이 사법농단 조사 대상이자 피해자”라며 “현 시스템으로는 공정한 (사건) 배당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고 했다. 이어 “사법농단과 관계없는 재판관으로 구성된 특별재판부 도입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당연하고 시급한 얘기다.

현재 서울중앙지법에는 형사합의사건 재판부가 27곳 있다. 사법농단 사건이 배당될 담당 형사부는 13곳이다. 이 중 2곳 재판부의 재판장은 과거 영장전담판사 시절 수사기밀을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로 알려졌다. 다른 2곳 형사부의 재판장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에 근무하며 국제인권법연구회 와해에 개입한 전력으로 대법원 진상조사위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다른 재판장은 인권법연구회 간사라는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당한 피해자 격이다. 이들 재판부가 사건을 맡을 경우 관련 재판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은 피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오른쪽)와 김태년 정책위의장이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지 않아도 ‘김명수 대법원’이 사법농단의 실체를 파헤치기보다 사실상 감싸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마당이다. 지금까지 사법농단 수사와 관련된 압수수색영장은 208건 중 185건이 기각됐다. 기각률 90%다. 일반 사건의 기각률(15~20%)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은 사무실과 자택은 모두 기각하고, 자동차에만 발부하는 코미디 같은 일도 벌어졌다. 협잡과 공작을 일삼았던 사법부가 부끄러운 줄 모르고 여전히 제 식구 봐주기에 급급하니 시민의 공분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특별재판부는 8·15 광복 직후 반민특위, 5·16 쿠데타 후 혁명재판소처럼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 설치된 바 있다. 법원의 조직적 범죄가 재판 대상이 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다. 이를 같은 사법부 구성원이 심판할 경우 사법불신 해소는커녕 면죄부만 줄 가능성이 농후하다. 사법농단 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하려면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고 자격을 갖춘 중립적인 인사에게 판결을 맡기는 게 이상적이다. 바닥에 떨어진 사법부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초유의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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