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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5차례의 구제역 가운데서도 2010년 11월부터 2011년 4월까지의 그것은 대재앙이라고 할 만한 것이었다. 348만마리의 소·돼지·염소 등이 살처분됐고 피해액은 2조7383억원에 이르렀다. 당시 ‘예방적 살처분’이라는 이름 아래 갓 태어난 새끼돼지들이 생매장되는 등 잔혹한 모습들이 언론매체를 통해 연일 보도됐다. 또한 가축들을 한꺼번에 파묻은 곳마다 침출수가 유출돼 토양 오염과 세균 번식 등 국민 건강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우리가 떠올리기도 싫은 당시의 상황을 언급하는 까닭은 며칠 전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구제역을 대처하는 방식에서 방역당국의 태만과 안일함이 읽히기 때문이다. 2011년 대규모 살처분 이후 모든 가축에게는 구제역 백신 접종이 의무화됐는데 이번 의성의 해당 농가는 접종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당국이 접종 의무를 지키지 않은 농가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하는 바람에 돼지 600마리가 살처분된 것이다.

경북 의성군의 한 돼지 농장에서 23일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되자 방역 당국이 농장 부근에서 차량 통행을 차단하고 방역 작업을 벌이고 있다. _ 연합뉴스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농가는 해당 농가뿐만이 아닐 것이다. 접종을 했다 하더라도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형성되지 않을 수 있다. 당국이 어느 농가가 백신 접종을 했는지 안 했는지 가장 기초적인 상황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이라도 당국은 전국의 모든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백신 접종 및 항체 형성 여부를 빠짐없이 파악한 뒤 즉각 접종을 실시해야 한다. 당국은 “일부 농가에서 백신 접종을 하면 가축의 몸에 농이 생긴다는 이유로 접종을 피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말하고 있다지만 그것은 변명이 될 수 없다. 가축의 몸에 생기는 조그마한 상처가 무서워 수백만마리가 떼죽음을 당하는 것을 방관할 수는 없다. 농가를 적극 설득해 빠짐없이 백신 접종을 하는 것이 바로 당국의 책무인 것이다.

농장주들의 이동경로 파악도 긴요하다. 2011년 당시에도 일부 농장주들이 구제역 발생 국가를 여행한 뒤 소독 등 방역조치 없이 농가로 들어가는 바람에 피해를 키웠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초기 단계에서부터 위기의식을 갖고 대응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당국은 이번에 발생한 구제역 혈청형 O형은 우리나라에서 접종하고 있는 3가백신 유형에 포함됐다는 이유로 확산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고 한다. 당국의 안일한 자세가 재앙을 만든다는 사실은 2011년의 사례가 충분히 입증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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