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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아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들이 안산에서 국회를 거쳐 서울광장까지 이틀간의 도보행진을 벌였다. ‘안전한 대한민국의 첫발이 바로 세월호특별법 제정이라는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고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행진’이다. 특별법 제정은 세월호 비극을 올바로 성찰하고 그 상처를 치유함으로써 나라를 새롭게 바꿔나가기 위한 출발점이다. 치유는 참사의 진상을 낱낱이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가리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재발 방지책 마련도 철저한 진상규명이 있은 다음에야 가능하다. 세월호특별법으로 만들어질 진상조사위원회가 막중한 이유이다.

그러나 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주는 문제가 쟁점이 되어 세월호특별법 제정이 표류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사법체계를 흔든다며 결사코 반대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무능과 부실이 핵심 조사 대상인 만큼 조사위원회가 독립성을 갖고 강력한 조사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실질적 수사권이 없는 조사위원회가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따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수사권을 간절히 바라는 것도 단순 조사기구로는 세월호 진실이 덮여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전국 법학자들이 28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새누리당의 법체계 교란 주장을 비판하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새정치민주연합은 조사위원회에 여야가 합의한 특별검사를 포함해 제한적으로 수사권을 주거나, 특별검사를 병행하되 특검 추천을 야당이 하는 절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수사권은 절대 불가’만을 외치고 있다. 새누리당이 ‘제한적 수사권’ 부여에도 펄쩍 뛰는 건 성역 없는 조사로 진실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서일 게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 등 청와대가 수사 대상에 오르는 걸 아예 차단하려는 것이다. 조사위원회의 수사권 문제는 새누리당의 손을 떠나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에 달렸다는 세월호 가족대책위와 야당의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한 달째 되던 날 청와대에서 가족 대표단을 만나 세월호 사고 이전과 전혀 다른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 사흘 후 대국민담화에서 “필요하다면 특검을 해서 모든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처벌하겠다”고 다짐했고, “여야와 민간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포함한 특별법을 만들 것도 제안”했다. 세월호 100일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 오죽하면 정부의 대응 실패로 자녀를 잃은 유가족들이 단식농성을 벌일까 싶다. 박 대통령은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 세월호특별법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가 말한 세월호 이후 전혀 다른 새로운 나라, 세월호특별법부터 제대로 만들어지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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