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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보건복지부의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연금 개혁 일정의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박능후 복지부 장관으로부터 국민연금 개혁안을 보고받은 뒤 “국민이 생각하는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며 개혁안을 반려했다. 당초 복지부는 자체 마련한 개혁안을 오는 15일 공청회에서 여론을 수렴한 뒤 이달 말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개혁안을 공개하기도 전에 대통령으로부터 퇴짜를 맞으면서 국민연금 개편 작업이 상당 기간 늦춰지게 됐다.

문 대통령이 국민연금 개혁안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배경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보험료율 인상이 제일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점에 비춰볼 때 개혁안에 담긴 보험료율 인상이 과도하다고 판단한 것 아닌가 추측할 뿐이다. 경기 침체로 생활 물가가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보험료율을 두 자릿수로 올리는 복지부의 안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내년도 건강보험료 3.49% 인상으로 악화된 여론을 의식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공청회를 눈앞에 두고 연금 개편 작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국민연금은 1988년 출범 당시 저부담·고급여 체제로 설계됐다. 처음 70%였던 소득대체율은 1998년과 2007년 두 차례 조정으로 40%로 인하됐다. 3%로 시작한 보험료율은 1998년 9%로 인상된 이후 20년째 변동이 없다. 그러나 소득대체율이 지나치게 낮아 노후소득을 보장하기 어렵고, 납부 보험료도 적어 연금재정의 안정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행 제도에 변화가 없다면, 국민연금 적립기금은 2057년에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부는 연금재정 안정 및 노후소득 보장 방안으로 소득대체율 45~50% 상향 조정, 보험료율 12~15% 인상안을 이번 개혁안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취임 이후에는 노후소득 보장 확대를 누누이 강조했고, 국민연금 국가지급보장도 명문화하기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연금재정의 안정이다. 노후소득 보장과 연금재정 안정을 위해서는 보험료율 인상 외에 다른 묘수가 없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현실에서 보험료 인상을 말하기 어렵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마냥 물러설 수는 없다. 저출산·고령화 심화로 연금 개혁이 더욱 절박해지고 있다. 연금제도 개혁을 시도하다가 여론 악화를 우려해 손을 턴 무책임한 보수정권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누군가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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