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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아시안게임을 위해 새로 지은 경기장이 결국 가뜩이나 열악한 인천시 살림에 엄청난 부담을 주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고 한다. 어제 경향신문이 보도한 인천 경기장 르포 기사는 1조7000억원을 들여 지은 세계 최고 시설의 경기장이 아무 쓸모없이 방치되고 있는 한심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인천시가 당초 남구 문학경기장을 리모델링해 활용하라는 정부의 권고를 무시한 채 경기장 건설을 강행할 때부터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우선 4700억원짜리 주경기장은 아시안게임이 폐막된 지 6개월이 되도록 국제행사를 치른 적이 한 번도 없다. 앞으로 계획도 없다. 경기장에 값비싼 양잔디를 깔아놓고도 축구경기 한 번 열지 못하고 무용지물이 됐다니 참으로 기가 막힌다. 인천시는 먼지만 수북한 주경기장의 운영비로 연간 33억원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주경기장을 포함해 신설 경기장 16곳의 연간 운영비는 134억원인 반면, 수익은 26억원에 불과한데도 대책이 없다. 적자를 메우기 위해 매년 혈세 108억원이 들어간다는 얘기다.

13일 인천 아시안게임 개·폐회식이 열렸던 인천 서구 주경기장이 편의·상업 시설 유치에 실패하면서 방치돼 있다. (출처 : 경향DB)


재정난을 가중시키는 골칫덩이인 주경기장에 영화관·예식장을 유치하려 했지만 교통불편 때문에 무산됐다. 중국 투자자에게 통째로 팔려던 계획도 불가능해졌다. 시민들의 땅을 강제수용해 관련법상 10년 동안은 매각할 수 없다. 결국 아시안게임을 테마로 한 관광단지 조성을 결정했지만 실제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이 정도로는 경기장 운영 적자를 메울 수도 없다.

인천시가 겪는 낭패는 제대로 된 사후 활용방안 없이 대형 경기장 건설을 밀어붙인 탓이 가장 크다. 전남도가 유치했던 국제자동차경주대회 포뮬러원(F1)이 지역에 엄청난 빚만 남긴 것도 마찬가지다. 외국의 나가노·소치 동계올림픽, 브라질 월드컵의 경우도 똑같은 후유증을 겪고 있다. 이제 평창 동계올림픽이 걱정이다. 강원도 역시 국제올림픽위원회가 개최 후유증을 우려해 분산 개최를 제안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원도는 인천 아시안게임을 반면교사로 삼아 지금이라도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활용방안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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