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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적용시기를 1년 늦추고, 2018년부터 국·검정 교과서를 혼용하는 방안을 내놨다. 친일·독재를 미화하고 역사적 사실을 왜곡해 ‘함량미달의 불량 교과서’로 판명난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기하지 않고 최악의 선택을 한 것이다. 즉각 폐기를 요구한 시민들의 뜻을 거스르고, 차기 정부에 부담을 떠넘긴 교육부의 행태는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어제 “2018학년도부터 국정교과서와 함께 검정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국정화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이 부총리는 또 “2017학년도에는 국정교과서를 희망하는 모든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해 1000만원의 지원금을 주겠다”고 밝혔다. 국정화를 밀어붙인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시민들에게 탄핵당한 ‘좀비 교과서’를 되살려 보겠다는 기회주의적 행태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당초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 적용시기를 1년 유예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가 새누리당 친박계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의지를 꺾지 못하고 막판에 국정화 강행으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 역사교과서 즉각 폐기를 선언해도 시민들의 분노를 누그러뜨리지 못할 상황에서 교육 현장의 극심한 혼란을 부를 최악의 선택을 한 교육부는 정권의 시녀 부처로 전락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7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강행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차기 정부에 부담을 떠넘기는 꼼수 대책을 내놓기는 했지만 국정 역사교과서가 학교 현장에 실제로 적용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주권자인 시민의 3분의 2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고 있는 데다 전국 교육청 17곳 중 14곳이 국정 역사교과서를 채택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특히 국정교과서 금지법안이 내년 2월 말 야당 등의 주도로 국회에서 통과되면 교육부 의지와 상관없이 국정화 자체가 법적으로 차단될 수 있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수많은 역사적 사실의 오류, 내용의 전문성 결여, 해석의 정치적 편향성 등으로 학교 현장에서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수준 미달로 판명났다. 한마디로 독재자 박정희 정권의 과오는 축소·왜곡하고 업적은 과대평가한 ‘박정희를 위한 박근혜의 효도 교과서’에 지나지 않는다. 오죽하면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도 “국정화 정책은 시작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를 촉구했겠는가. 그럼에도 교육부는 지난 2년 동안 자신들이 심사해 통과시킨 검정 역사교과서에 대해 좌편향 운운하며 역사교육을 이념대결로 몰아갔다. 이들의 뇌리에는 오직 박 대통령 한 사람만 있었을 뿐 친일과 독재를 미화한 국정 역사교과서로 피해를 입을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은 안중에도 없었다.

교육부는 더이상 시민들을 기만하지 말고 국정 역사교과서를 즉각 폐기해야 한다. 교육 현장에서 빚어질 혼란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는 것은 반역사적인 죄악이다.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촛불민심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이준식 부총리를 향할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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