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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지난달 28일 공개를 강행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기초적인 사실 오류가 수백건에 달할 정도로 함량 미달의 부실 교과서인 것으로 드러났다. 뉴라이트 시각을 반영하며 친일과 독재를 미화한 편향성은 차치하더라도 엉터리 국정 역사교과서를 제작한 것이다. 눈 뜨고 봐줄 수 없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만들어놓고도 이준식 부총리는 “질 좋은 교과서”라고 했으니 교육수장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내년에 국정교과서를 채택하지 않기로 한  서울·광주·전남 교육청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했다.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역사교육연대 등 역사학회가 그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중학교 역사교과서의 오류가 한 쪽당 1.5건가량이고 1·2권을 합치면 400~500건에 이른다. 오류와 왜곡이 너무 많아 도저히 교과서로 쓸 수 없는 수준이다. 역사적 사실을 틀리게 기술한 것은 물론 최근 연구를 통해 오류로 밝혀지거나 학회에서 쓰지 않는 과거 사료가 들어간 사례도 허다했다. 인류 최초의 금속도구는 순동이란 사실이 밝혀진 지 오래인데도 <한국사>엔 청동기로 기재됐다. 중학생용 <역사2>에는 인류 최초의 법전이 ‘우르남무 법전’이 아닌 ‘함무라비 법전’으로 나와 있고, <한국사>엔 통합 임시정부 때 안창호의 직책이 노동국 총판 대신 내무총장으로 잘못 표기됐다.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교육부 직원들이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살펴보고 있다. 교육부는 대한민국 정통성을 분명히 밝히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 수립’ 대신 ‘대한민국 수립’이라 기술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더욱 심각한 것은 역사 왜곡이다. 현대사 영역에서 박정희란 단어를 20회 이상 사용하며 박정희 정권에 대한 서술을 대폭 늘린 대신 1987년 6월항쟁 이후 30년간의 역사는 4쪽 안팎에 그쳤다. 친일파의 범위에서 군인, 경찰, 사법관료와 동아일보 김성수, 조선일보 방응모 등 언론 사주를 빼기도 했다. 또 집필진이 초고본에 “유신헌법이 민주화운동의 헌법적 근거가 됐다”거나 “외환위기의 원인은 파업”이라고 서술했다가 국사편찬위원회의 검토과정에서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국편은 직원들이 교과서 내용을 수정했다는 논란을 가릴 증거인 초고본과 개고본을 모두 삭제해 공공기록물관리법을 위반하는 범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까지 사고 있다.

교육부는 함량 미달의 불량 국정 역사교과서를 즉각 폐기하는 것은 물론 수십억원의 국가 예산을 낭비한 책임을 져야 한다. 또 국편이 초고본과 개고본을 삭제한 경위도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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