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변창훈 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자 일부 보수세력이 검찰을 공격하고 있다. “좌파 검사가 정통 공안 검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문무일 검찰총장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한다. 적반하장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집권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은 검찰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 충직한 검사였던 고인을 불법의 나락에 빠뜨린 장본인이 누구인지 국민은 알고 있다. 유족에 기대 문재인 정부를 향해 ‘정치보복’ ‘청와대 하명’ 운운하며 검찰을 흔드는 행위에는 불순한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댓글조작, 선거개입, 야당 탄압, 블랙리스트, 화이트리스트,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간첩조작 사건 등 이명박·박근혜 정부 국정원이 저지른 비위는 실로 엄청나다.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는 정권의 통치기구로 민주주의 파괴에 앞장선 국정원을 바로 세우는 작업이다. 검찰의 수사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피의자 인권을 존중하며 엄격한 증거와 법적 절차에 따라 사법부의 견제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

변 검사는 2013년 국정원 법률보좌관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채동욱 검찰총장이 국정원 댓글조작에 관한 수사를 벌이자 변 검사 등 국정원 파견 검사 3명은 이른바 ‘현안 TF’를 꾸려 위장 사무실을 만들었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는 국정원 직원들에게 증거 삭제와 허위 진술을 지시했다. 변 검사 사망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과 이제영 대전고검 검사 등 같은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와 위증교사)를 받고 있는 검사들의 구속영장을 모두 발부했다.

‘그 자리에 있었으면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며 국정원 파견 검사들의 불법 행위를 온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이는 공익의 대표자라는 검사에게 할 얘기는 아니다.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고발한 MBC <PD수첩> 제작진을 기소하라는 상부의 지시에 맞선 임수빈 검사의 사례에서 보듯 대부분의 검사들은 법과 원칙을 존중한다.

변 검사의 죽음은 불행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에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검찰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국정원 수사를 엄정하게 진행해야 한다. 수사를 그만 덮는다면 비극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