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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들어 두번째 실시되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행정부의 자료 제출 거부, 늑장 제출 등 ‘국감 방해’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김제남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장관님 지시사항 : 의원 요구자료 처리 지침’이라는 산업통상자원부 문건에는 “의원실 요구 자료를 이미
공개된 사항 위주로 작성하라”고 적혀 있다.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 권능이자 국민의 알 권리 행사인 국감을 방해하는 행위가 장관의
공식 지침으로 하달된 꼴이다. 외교부는 업무추진비 자료조차 제출하지 않아 논란을 빚었다. 교육부는 야당 의원들이 요구한 주요 자료
대부분을 내지 않거나 늑장 제출했다.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대선개입 의혹을 불러일으킨 안보교육용 동영상 자료
제출을 막무가내로 거부했다. 감사원은 야당 의원이 20일 전에 요청한 자료 90건을 미적대다가 국감 실시 전날 제출하는
‘꼼수’를 부렸다. 감사원은 세월호 사고 감사 때 청와대에서 제출받은 답변서조차 ‘대통령 기록물’이라는 황당한 이유를 들어 제출을
미루다 어제 국감 현장에서 뒤늦게 내놨다.
국정감사는 예산을 집행하는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헌법적 장치다. 정부의 예산·정책 집행 실태를 점검하고 정책 대안을 찾는
자리이다. 그러려면 정부의 정확한 자료 제공은 필수 조건이다. 충실한 자료 제출이 이뤄지지 않으면 ‘행정부 견제’라는 국감 본연의
기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국감 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있는 경우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군사·외교·대북관계의 국가위기에 관한 사항’으로 엄격히 제한돼 있다. 이번 국감에서 행정부가 제출을 거부하는 업무추진비,
인사위원회 회의록, 감사 답변서 등은 국가 안위와는 하등에 상관없는 것들이다.
15일 오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의원들이 요구한 국정감사 자료가 쌓여 있다. (출처 : 경향DB)
행정부 관료들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늦추는 데는 “3주의 국감 기간만 버티면 된다”는 계산이 작용했을 터이다. 밑바탕엔
1987년 민주화로 국감이 부활된 뒤 자료 제출 거부와 위증이 처벌된 적이 별로 없다는 경험칙이 깔려 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은 국정감사와 관련해 서류 제출 요구를 받으면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곤 누구든지 응해야
하며, 거절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는 이제부터라도 자료 제출 거부
등에 대해 관련법에 따라 엄중히 처리해야 한다. 그래야 대의기관인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를 얼토당토않은 이유를 대어 거부하는
행정부의 국민 무시 행태를 차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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