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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원 국무총리가 어제 열린 사이버 수사 관계장관회의에서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이 없도록 국민들에게 적극 설명하라”고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카카오톡 수사를 둘러싼 국민 불안감이 확산되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앞서 검찰은 그제 유관기관 실무회의를 통해 “모바일 메신저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은 할 계획이 없다”면서도 “인터넷 게시판에 대한 모니터링은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근거 없는 국가 비방이나 명예훼손성 게시물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밝힌 것이다.

확산되는 도·감청 공포는 수사당국과 다음카카오의 거짓 해명이 진원지다. 검찰은 “모바일 메신저의 실시간 모니터링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고 할 계획도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지난해 이후 카톡에 발부된 140여건의 감청 영장은 뭔가. 다음카카오도 영장을 제시하면 90% 이상 응했다고 밝힌 터다. 수사당국과 다음카카오가 서로 짜고 편법으로 이용자들의 사적인 대화내용을 주고받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미래에 나눌 대화내용을 들여다볼 수 있는 감청 영장은 과거 행적을 뒤지는 압수수색 영장과 엄연히 분리돼 있다. 이런 편법이 계속되는 한 감청 공포는 사라지지 않는다.

16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정의당 천호선 대표를 비롯한 당직자들이 IT민주화를 염원한다는 취지로 전단지 살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당국의 인터넷 모니터링도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다. 사이버 수사는 허위사실 유포나 명예훼손이 주 대상이다. 인터넷상에서 근거 없는 비방이나 중상모략이 판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자체 정화기능을 무시한 채 정부가 검열로 대처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대통령은 몰라도 일반 명예훼손 사건의 경우 피해 당사자의 고소가 없는 한 처벌할 법적 근거도 없다. 더구나 검찰이 아니더라도 문제의 인터넷 글을 심의·삭제하는 기구는 지금도 차고 넘친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검찰까지 숟가락 얹겠다며 나설 만큼 한가한지 묻고 싶다.

인터넷·모바일로 대변되는 정보화시대를 맞아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 모든 정보가 사이버 공간에 저장·보관되기 때문에 뜻하지 않게 제3자가 선의의 피해를 당할 수도 있다. 수사 편의만 앞세운 채 도·감청 영장이 남발돼서는 안되는 이유다. 당국의 신중한 법 집행과 법원의 철저한 영장 심사가 필요하다. 개인 프라이버시가 침해받지 않도록 압수수색 범위를 최소화하고 관련 업체들의 철저한 고객보호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자유로운 활동과 그에 상응하는 책임은 사이버 공간도 예외일 수 없다. 당국이 사이버 공간을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함부터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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