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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25일 일부 상임위는 열리고, 일부는 반쪽 운영되고, 일부는 개회조차 하지 못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윤상현 외교통일위원장은 “당파를 초월해서 대한민국 힘과 지혜를 모으라는 게 국민의 명령”이라며 회의를 진행했다. 한국당 의원들도 참석했다. 의원들은 외교부·통일부 장관을 상대로 북한 목선의 삼척항 입항 사건과 악화일로인 한·일관계 등 현안을 따졌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는 한국당 의원들이 불참한 채 ‘반쪽 상임위’를 열었다. 한국당 의원들은 입맛대로 찾아먹는 뷔페식당처럼 자신들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상임위만 선별적으로 참석했다. 국회는 온전히 열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안 열린 것도 아닌 기형적인 모습이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오른쪽)가 26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및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가 이렇게 된 데는 전적으로 한국당에 책임이 있다. 한국당은 전날 여야 3당 원내대표의 국회 정상화 합의를 2시간 만에 의총에서 뒤집고 합의문을 휴지 조각으로 만들었다. 한국당 강경파 의원들은 3당 합의내용에 대해 “아무것도 얻어낸 게 없다”고 반발했다고 한다. 학생이 학교에 가는 게 당연하듯 국회의원들이 국회에 등원하는 건 대의기관으로서 당연한 의무이다. 여기에 뭘 얻고 말고 할 게 있단 말인가. 시민의 대의를 받들어 입법활동을 해야 할 국회를 인질로 잡고 정치공세를 벌이는 모습에 시민들도 진저리를 치고 있다. 이제 국회에 “들어오라”고 호소하는 대신 “아예 나가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한데도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우리 의원들의 의견이 국민의 의견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자신이 서명한 합의문을 면전에서 퇴짜 맞고 리더십이 구겨질 대로 구겨진 그의 항변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기존 합의대로 6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당연하다. 지금 국회에는 차일피일 미루고 표류해온 법안이 1만건 넘게 쌓여 있다. 그런데도 한국당은 말로는 민생을 챙기겠다면서 국회를 무력화하고 장외에서 정부 비판만 하고 있다. 그렇게 문을 닫은 지 석 달이 다 된다. 

국회 정상화는 정치권의 합의를 넘어 국회의원의 당연한 의무요, 시민의 명령이다. 시민의 대표가 시민의 삶에 관심이 없다면 이미 존재 이유를 상실한 것이다. 국회의원이기를 포기하고 국회를 박차고 나간 마당에 더 이상 기다릴 이유도, 필요도 없다. 한국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임위에서 사회권을 내놓지 않을 경우 국회법에 명시된 대로 다른 정당 제1교섭단체 간사가 사회권을 넘겨받아 위원회를 열어야 한다. 한국당이 없어도 국회가 운영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국회를 정상화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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