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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공감 능력 자체를 의구해야 한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아들 스펙 발언’은 청년 문제에 대한 천박한 인식과 그들의 절박한 마음을 공감하는 능력이 부재하다는 것을 드러냈다. 황 대표는 지난 20일 숙명여대 특강에서 ‘내가 아는 어떤 청년’의 취업 성공담을 소개했다. “학점도 3점이 안되고 토익은 800점 정도 되고 다른 스펙은 없는데” 큰 기업 다섯 군데에 합격했다는 그 청년은 바로 황 대표의 아들이다. 취업을 하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취업전략이 문제인 것처럼 훈계하면서 자기 자식을 성공 모델로 자랑한 꼴이다. 죽어라 스펙을 쌓아도 취업의 문턱에조차 다가가지 못하고 절망하는 청년들에게 스펙 없이 신의 직장에 취업한 사례는 애초 염장 지르기에 그치기 십상이다. 게다가 그 사례의 주인공이 ‘KT 취업비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낸 제1야당 대표의 아들이라니. 스펙도 없고 학점·토익점수도 별로인데 대기업 5곳에 합격한 건 그야말로 ‘기적’이다. ‘황교안의 아들’이라는 거대한 스펙이 그 기적의 배경일지 모른다. ‘부모 잘 만난 것도 실력’이라며 특혜를 받았던 최순실의 딸 정유라와 다를 게 없다는 힐난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6월 24일 (출처:경향신문DB)

황 대표는 해명에 나섰지만 논란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황 대표는 “스펙 쌓기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의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고 해명하면서, 아들의 스펙도 슬쩍 정정했다. “1학년 때 점수가 좋지 않은 아들은 그 후 학점 3.29, 토익은 925점으로 취업하게 됐다”고 했다. 아마도 ‘무스펙 아들’의 KT 취업이 의도와 달리 ‘특혜 의혹’을 방증하는 걸로 비화되자 스펙을 바로잡고 나선 모양이다. 특혜 의혹이야 수사로 규명돼야겠지만, 결국은 아들의 학점과 토익점수까지 속여가며 취업 과정에서 좌절하는 젊은이들을 우롱한 셈이다. 

황 대표는 아직도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듯하다. 장관과 총리까지 지낸 제1야당 대표 아들의 취업 성공기를 스펙 극복 모범 사례로 든 것 자체가 취업난에 고통받는 청년들의 상처를 후벼판 것이다. 오죽하면 보수정당인 바른미래당조차 “청년에 대한 이해 수준이 참담하고 소통도 공감도 제로”라며 “강의를 할 게 아니라 아들의 특혜 의혹부터 밝히는 게 먼저”라고 힐책했을까 싶다. 이토록 청년에 대한 공감 능력이 없는 정당과 정치인이 입으로는 ‘청년, 청년’을 외쳐대니 진정성이 느껴질 리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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