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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20일 ‘외국인 노동자 임금 차별’ 발언 논란에 “터무니없는 비난”이라고 항변했지만, 그는 전날 분명 이렇게 말했다. “외국인은 우리나라에 그동안 기여해온 바가 없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똑같이 임금 수준을 유지해주어야 한다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기본 가치는 옳지만, 형평에 맞지 않는 차별 금지가 돼선 안된다. 한국당이 법 개정을 통해 적극적으로 외국인 근로자 임금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6월21일 (출처:경향신문DB)

뭐라 변명해도 법적으로,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위험하고 사실 왜곡이며 인종차별을 담은 혐오발언이다. 첫째, 명백히 외국인 노동자, 즉 이주노동자를 차별하는 것으로 현행법과 국제 협약에 배치된다. ‘국적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근로기준법 및 국적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다. 공안검사 출신으로 법무부 장관을 역임한 황 대표가 이를 몰랐을 리 없다. 이주노동자를 표적으로 혐오와 차별을 부추기며 반사이득을 취하려 한 극우 포퓰리즘의 본색을 드러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둘째, 경제적 사실관계도 틀렸다. 외국인 노동자가 국내 경제에 기여한 바가 없다는 것부터 사실 왜곡이자 명백한 혐오표현이다. 2018년 기준 외국인 노동자들이 낸 소득세는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주노동자는 내국인이 일하지 않는 최하층의 3D업종에서 주로 일하며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오고 있다. 이민정책연구원의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이주노동자의 경제유발 효과는 86조7000억원에 달했다. 저임금 노동력이 필요해서 한국 정부와 기업이 이주노동자를 불러들이고 고용한 것인데, 황 대표의 이러한 발언은 열악한 이주노동자의 최저임금마저 강탈하려는 인종차별적 발상이다. 더욱이 외국인 노동자 임금을 인위적으로 낮추면 오히려 내국인 저소득층을 일자리에서 쫓아내는 결과를 초래하기 십상이다. 이러니 ‘경알못(경제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형평을 빙자한 노골적인 차별과 혐오 조장이라는 점이다. 반이민 정서를 등에 업고 집권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유럽의 극우 정당을 흉내낼 요량이면 잘못 짚었다. 한국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내 일자리를 뺏고 있다는 인식은 보편적이지 않다. 결국 황 대표의 발언은 박약한 인권·노동 감수성에 인종차별적 인식, 거기에 경제적 무지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낸 꼴이다.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기 전에 반인권적 발언을 철회하고, 상처받은 이주노동자들에게 먼저 정중히 사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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