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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특수활동비가 드디어 폐지되게 됐다. 여야 원내대표는 13일 문희상 국회의장과의 주례회동에서 특활비를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주도해 지난주 특활비 ‘양성화’ 방침을 내놓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자 ‘폐지’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본래 목적과는 무관하게 아무런 통제와 감시 없이 ‘쌈짓돈’처럼 사용해온 특활비의 달콤한 유혹을 버리지 못하고 끝까지 ‘꼼수’를 부렸다가 심상찮은 여론에 직면해서야 심각성을 깨달은 꼴이다. 여하튼 국회 특권의 상징처럼 여겨진 특활비를 폐지키로 한 건 늦었지만 다행이다. 바닥에 떨어진 국회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스스로 약속한 ‘특권 내려놓기’부터 실천하는 게 첩경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문희상 국회의장, 자유한국당 김성태·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왼쪽부터)가 13일 국회의장실에서 회동을 하기 앞서 손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권호욱 기자

국회는 특활비에 대한 미련을 깨끗이 접어야 한다. 여야는 특활비 폐지에 따른 제도개선 방안을 국회의장에게 일임, 16일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특활비 폐지의 대의에 걸맞은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 제도개선이란 명목으로, 없어진 특활비를 업무추진비 등으로 전환해 고스란히 보전한다면 ‘이름만 바뀐 특활비’란 비난을 면치 못할 터이다.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회 차원의 특활비는 총액을 줄이되 영수증 처리 등으로 양성화하는 방안마저 운위된다. 국회 특활비의 태반을 차지하는 국회의장단과 상임위 특활비가 어떤 식으로든 존속할 경우, ‘꼼수 폐지’라는 공분만 살 뿐이다.

특활비 수술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개혁과제이다. 국회 특활비 규모는 전체 국가기관 특활비의 1% 규모다. 특활비가 집중된 국가정보원·검찰·경찰·국세청 등 권력기관의 특활비는 오랫동안 통제와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국정원으로부터 특활비를 상납받아 사적 용도로 사용한 이명박·박근혜 청와대의 실상은 특활비의 암면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활비는 지출 내역 확인이 불가능한 탓에 원초적으로 불투명성과 오용의 문제를 안고 있다. ‘기밀을 요하는 국가안보’ 등 취지에 부합하는 특수영역을 제외한 특활비 예산은 모두 없애는 게 길이다. 특활비 예산 편성과 집행에서 기본적인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각 국가기관의 특활비의 필요성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조정하고, 특활비가 오용되지 않도록 할 책무 역시 예·결산 심의권을 갖는 국회에 있다. 국회의 ‘특활비 폐지’가 특활비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소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의 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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