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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가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개혁하자는 주장에 탄력이 붙고 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신임 대표가 선거구제 개편을 당의 최대 과제로 내걸고, 문재인 대통령이 원칙적으로 동의한 이후 관련 논의가 활발하다. 그동안 선거제도 개혁을 주도해온 정의당은 물론 바른미래당도 협치를 제도화하는 방안으로 선거제도 개혁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도 “지금이 (선거제도 개편의) 적기”라고 말했다. 정치주체들이 두루 찬성함으로써 선거제도를 개혁할 수 있는 호기가 온 셈이다.

소선거구제를 중심으로 한 현행 선거제도가 다양한 정치적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당선자 1명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에게 던진 표들이 사표가 되면서 소수의 목소리가 배제되고 있다.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과 새누리당의 득표율은 65%인데 80%가 넘는 의석을 가져갔다. 반면 국민의당과 정의당의 지지율을 합하면 28%인데 의석점유율은 15%를 밑돌았다. 승자독식의 선거구제가 표의 등가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지역주의에 기댄 거대 양당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제도 개혁의 성패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 달려 있다. 한국당은 최근 태도를 바꿔 선거제도 개편을 명시적으로 반대하지 않고 있다. 당내 영남권 의원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을 뿐이다. 문제는 집권여당인 민주당이다. 최근 당 대표 후보로 나선 송영길·이해찬·김진표 의원 모두 “선거제도 개편에는 찬성하지만 개헌이 걸려 있다”고 말했다. 개헌이 중요한 과제이기는 하지만 지금 두 사안을 연계할 이유가 없다. 선거구제 개편을 통해 민의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이 오히려 개헌보다 더 근본적으로 정치를 개혁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정당 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대안에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

민주당이 선거제도 개혁에 미적대는 것은 무책임하다. 높은 지지율을 믿고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해 2020년 4월 총선에서 이득을 보려 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6·13 지방선거 당시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 때도 거대정당의 독식을 가능하게 하는 2인 선거구제를 고집했다. 기득권을 고수하면서 개혁을 부르짖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신뢰할 수 있나. 민주당은 개헌 핑계대지 말고 즉각 선거구제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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