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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군의날 행사는 여느 때와 달랐다. 기념식은 1일 서울공항에서 6·25전쟁 국군 전사자 유해봉환 행사로 시작됐다. 조국을 위해 산화한 지 68년 만에 돌아온 64위의 용사를 문재인 대통령은 6·25 참전 용사 대표들과 더불어 정중히 맞았다. 국군의날을 기념하는 본 행사는 오후 6시30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치러졌다. 가급적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저녁 시간대에 맞춘 것이다. 5년 주기로 해온 군사퍼레이드는 생략했다. 대신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서울 상공에서 야간 에어쇼를 펼쳤다. 건군 70돌을 기념하는 행사로 전혀 손색이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군의날 70주년인 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실시된 국군유해 봉환행사에서 68년 만에 돌아온 6·25전쟁 참전 국군 전사자 64위 유해함에 참전기장을 수여하며 묵념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국군 유해송환은 이번이 네번째였지만 그 의미와 행사의 격이 달랐다. 북한과 미국이 북한 지역에서 공동으로 발굴한 유해 중 국군 전사자로 판명된 64명의 유해에 문 대통령은 일일이 6·25 참전기장을 수여하는 등 최고의 예우를 했다. 비록 늦기는 했지만 전몰자 등 국가 유공자들은 공동체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의지를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이날 남북 군사당국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과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 화살머리고지 일원에서 지뢰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지난 19일 체결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실행에 옮기는 첫 조치였다. 비무장지대에서 비로소 처음으로 비무장이 실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가수 싸이가 1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서 열린 제70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장병들의 환호 속에 축하 공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 일각에서는 이번 국군의날 행사가 지나치게 축소되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우리 군이 무슨 죄를 지었기에 조촐한 기념식을 한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눈치를 보아 행사를 작게 치른 것 아니냐는 말이다. 언제 적 군대를 생각하는 것인지 참으로 안타깝다. 2015년 중국이 전승기념 70주년을 맞아 대규모 군사퍼레이드를 했을 때 지구촌은 구닥다리 행사라고 비웃었다. 미국은 무기를 앞세워 무력을 과시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는다. 장병들만 고생시키는 거창한 퍼레이드가 군을 위한 기념식이라는 주장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현 정부 들어 증강된 국방비가 퍼레이드보다 안보 증진에 더 크게 기여할 것이다. 

청와대는 이날 행사를 설명하면서 “남북이 적대 행위를 중단하기로 했지만 강력한 안보가 평화체제 구축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을 향한 적개심 고취와 대결 조장이 아니라 위기 관리 등에 내실을 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변하는 안보환경의 흐름에 맞춰 국군의날 행사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남북 간 군사합의를 차질 없이 이행하려면 지속적인 남북 군축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국군의날 행사도 이런 취지에 맞도록 조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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