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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검사의 ‘청와대 편법 파견’이 재연됐다. 설 연휴 직전 의원면직된 권정훈 부산지검 형사1부장이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내정됐다고 한다. 평검사 2명도 사표를 내고 청와대로 갈 모양이다. 검찰청법 44조의 2는 ‘검사는 대통령비서실에 파견되거나 대통령비서실의 직위를 겸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에는 유일준 평택지청장이 사직 후 공직기강비서관에 기용됐다. 당시에도 비판이 거셌으나, 청와대는 민정비서관마저 현직 검사로 채웠다. 법도 여론도 아랑곳하지 않는 후안무치(厚顔無恥)에 절망감을 느낀다.

청와대의 검사 차출은 박정희 전 대통령 때 시작됐다. 파견 검사들은 대통령의 뜻을 검찰에 전달하며 압력을 행사했다. 권력의 단맛을 본 검사들은 검찰로 돌아가 승승장구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래는 정치검찰의 오욕으로 귀결됐다. 18년 전 검찰청법에 검사의 청와대 파견 금지를 명문화한 것은 권·검 유착의 핵심 고리를 끊겠다는 결단이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대선 때 이를 약속했으나 이중희 부장검사를 민정비서관으로 임명하면서 공약은 휴지 조각이 됐다. 현 정권 들어 편법 파견 사례는 벌써 10여명째에 이른다. 청와대는 ‘복귀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구차한 변명일 뿐이다. 이중희 전 비서관을 위시해 ‘사실상 파견’됐던 검사들이 줄줄이 검찰로 돌아온 터다. 청와대의 검찰 장악 시도는 이뿐이 아니다. 지난 17일 검찰 인사에선 이른바 ‘우병우(청와대 민정수석) 사단’이 약진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후 사정기능을 총괄하는 서울중앙지검 요직에 우 수석과 가까운 인사들이 발탁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회의실로 입장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박근혜 정권은 무엇이 불안해 청와대를 검사들로 채우는가. 검찰을 쥐락펴락해온 김기춘 비서실장의 퇴진과 연계해 생각지 않을 수 없다. 지지율이 추락한 터에 검찰마저 등을 돌리면 조기 레임덕을 막을 길이 요원하다는 판단일 터이다. 그러나 오산이다. 검사들 몇 명으로 권력을 보위할 수 있겠는가. 레임덕이 두렵다면 과거 박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원칙과 신뢰’로 돌아가는 게 정도이다. 박 대통령은 대선 전 “제 자신이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검찰을 이용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대로 하면 된다. 검사들을 청와대에 불러들이는 일을 당장 그만둬야 한다. 국회도 언제까지 편법 파견을 두고만 볼 것인가. 검사가 사직하더라도 일정 기간 청와대에 갈 수 없도록 하고, 청와대에 재직했던 검사의 재임용 또한 일정 기간 금지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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