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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8일 오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건군절’ 70주년 열병식 행사를 했다. 열병식은 행사시간이 지난해보다 단축됐고, 규모도 축소됐다. 북한은 또 외국 언론을 초청하지 않았고, TV 방영은 생중계 대신 녹화 화면을 중계했다. 지난해 김일성 주석 105번째 생일인 4월15일에 개최한 열병식에 외신기자 130여명을 초청하고, 조선중앙TV가 생중계했던 것과 차이가 있다.

북한 열병식에 신형 추정 단거리탄도미사일 등장

그러나 북한은 이번 열병식에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전략무기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과 ‘화성-15형’을 공개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침략자들이 우리 존엄과 자주권 0.001㎜도 침해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미국을 겨냥한 발언도 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화성-15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면서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던 터라 내부에 확인시키기 위해 공개가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열병식이 양면성을 띠었다고 할 수 있지만 대외공개를 자제한 흔적이 뚜렷한 만큼 국제사회를 향해 ‘무력시위’를 벌였다고 보긴 어렵다.

북한이 이처럼 열병식을 예년에 비해 소리 나지 않게 치른 것은 국제사회의 우려를 감안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유엔이 평창 올림픽 개최기간 중 휴전을 결의했고, 한·미가 합동훈련을 연기한 것에 대해 나름의 성의표시를 한 것일 수도 있다.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하도록 한 데 이어 열병식을 비교적 ‘조용하게’ 치른 것이 국제사회에 주는 신호는 명확해 보인다. 평창 올림픽이 평화올림픽이 되도록 협력하고, 이를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9일 항공기편으로 내려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 제1부부장을 접견하기로 했다. 김여정의 방남으로 남북대화와 관계 복원의 계기가 마련되면서 평창 올림픽은 한반도 상황에 전기를 마련할 시·공간의 성격을 띠게 됐다. 북한이 이를 최대한 활용해 남북관계 개선뿐 아니라 북·미관계에서도 모멘텀을 만들 필요가 있다. 북한 외무성 국장이 8일 “북측 대표단이 미국 측과 만날 의향이 없다”고 했지만 그렇게 흘려보내는 것은 북한에 이롭지 않다. 한국 정부도 북·미 양측이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지혜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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