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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공식 초청하면서 남북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2000년, 2007년에 이어 3차 남북정상회담에 거는 기대는 크다. 전쟁위기설까지 나돌았던 한 달 전 분위기를 생각하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긴장 해소의 모멘텀이 된 것은 크게 반길 일이다. 이제 정부는 올림픽을 계기로 맞은 해빙의 기회를 잘 살려나갈 무거운 책임을 안게 됐다. 북핵 해법의 운전대를 잡은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여건을 하나하나 만들어 나가야 한다. 특히 북·미대화로 가는 길에 놓인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산적한 난제들을 풀어나가려면 남남갈등부터 해소하는 게 급선무다. 우리가 한목소리로 힘을 실어도 될동말동하다. 보수야당과 일부 보수단체는 모처럼 조성된 한반도 평화 분위기에 재를 뿌리는 언행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아직도 평창 올림픽을 ‘평양올림픽’이라고 부르거나 북한 인공기와 김정은 위원장 사진을 불태우는 건 올림픽의 성공은 물론 한반도 정세 안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 응원단이 사용한 남성 가면에 대해 “김일성 가면 아니냐”고 트집을 잡는 것은 졸렬한 태도다. 일각에선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를 놓고 우려를 제기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없이 잘 진행되고 있다. 오히려 입장권 판매가 연일 목표치의 99%를 웃도는 등 관중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강릉행 KTX는 매진되는 등 초반부터 흥행을 질주하고 있다고 한다. 시민들의 수준이 보수 일각의 케케묵은 색깔공세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야당과 보수층에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며 대북 협상에 나서는 열린 자세가 요구된다. 보수 일각에선 북한이 올림픽 참가 카드로 국제적인 대북 제재에 구멍을 내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위한 시간을 벌려는 것 아니냐는 불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들에게 차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남남갈등을 최소화하고 여러 세력과 공조하지 않으면 북한의 태도 변화를 효과적으로 끌어낼 수 없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하더라도 시민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면 국론 분열만 부를 뿐이다. 문 대통령은 여야 대표를 초청해 평창 이후를 설명하고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한반도 평화는 최우선 과제이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정부의 노력이 중요하지만, 정치권과 시민의 협력도 중요하다. 정치적·이념적 이견은 잠시 접어두고 한목소리로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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