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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그린뉴딜’ 사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방안을 마련하라고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국토교통부 등 4개 부처에 지시했다. 그린뉴딜은 기후변화 대응·에너지 전환 등에 대한 투자로 경기부양과 고용촉진을 달성하는 정책이다. 그린뉴딜을 ‘포스트 코로나’의 주요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난 7일 내놓은 한국형 뉴딜이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비대면산업 육성, 생활SOC 디지털화 등에 머물러 환경적 비전이 결여됐던 점에 비추면 긍정적인 방향전환이다. 다만 문 대통령 발언을 보면 그린뉴딜의 개념이 모호하고, 의지도 강해 보이지 않는다. 그린뉴딜을 교통·건축 분야 등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방편 정도로 생각해선 곤란하다.
그린뉴딜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수 과제이다. 온 세계가 합심해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감축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감당하기 어려운 기후재앙이 인류를 덮칠 것이다. 유럽과 미국 등은 이미 그린뉴딜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GDP의 1.5%에 해당하는 330조원을 기후위기 대응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미국도 지난해 하원에서 그린뉴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동안 한국은 ‘기후악당’ 국가로 꼽힐 정도로 기후대응에 미온적이었다. 유럽의 기후분석 전문기관인 클라이밋 애널리틱스는 지난 13일 보고서에서 한국은 지금보다 온실가스 감축을 2배로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탄소배출을 줄이면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그린뉴딜로 경제 시스템을 전환하는 것은 시대적 책무다. 이 분야에 투자를 집중해 에너지 전환과 자원순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이 늦어질수록 그에 따른 비용이 늘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3주년 연설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더욱 ‘기후악당’ 국가의 오명을 씻고 ‘탈탄소 사회’를 만드는 데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그에 부합한다.
문 대통령이 그린뉴딜 추진 방침을 밝히긴 했지만 현재의 정책기조로 미뤄볼 때 추진의지를 미심쩍어하는 시각이 많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14일 한국의 경제·산업 부처에서 그린뉴딜에 역행하는 정책들이 적지 않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그린뉴딜’ 추진의지를 밝힌 이상 개념을 분명히 하고 그에 따른 설계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4개 부처의 합동 서면보고를 받는 데서 그칠 게 아니다. 범정부 추진기구를 구성하고 민간도 참여시켜 제대로 된 그린뉴딜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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