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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얘기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21대 국회 원구성을 앞두고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여야의 기싸움이 또다시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일하는 국회에 장애가 될 것 같다면 굳이 야당에 양보할 필요가 없다”면서 16대 국회까지는 여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사위를 게이트키퍼 수단으로 활용하는 악습을 끊을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법사위 갑질’을 막을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없으면 법사위원장을 야당에 넘길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금까지 늘 법사위원장은 야당이 맡았다”고 강조했다. 법사위원장은 제1야당이 맡는 게 17대 국회 이후의 관행이며, 법사위의 권한도 유지돼야 한다는 게 통합당의 입장이다.

법사위는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의 체계와 자구에 대한 심사권을 가진다. 원구성 때마다 여야가 법사위원장을 서로 차지하려고 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체계·자구 심사는 상임위에서 만든 법안이 최종 확정되기 전에 다른 법률과 충돌되거나 조문 간 모순되는 게 없는지를 살피는 일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법사위는 모든 법안이 본회의로 가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마지막 관문으로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체계·자구 심사를 핑계 삼아 다른 상임위의 상전 노릇을 하고 있다. 법안의 형식뿐 아니라 내용까지 좌지우지하고, 정치적 이유로 법안 통과를 저지하는 월권 행사도 비일비재하다. 20대 국회에서도 소관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법사위에서 발목 잡힌 법안이 55건이나 된다. 법사위 갑질 관행이 국회 비효율의 한 원인이라는 비판이 많다. 게다가 제1야당에서 위원장을 맡는 게 관례가 되면서 법사위는 정부·여당 견제 수단으로 활용됐다. 법사위가 쟁점법안 통과를 위한 여야의 마지막 전쟁터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법률을 제대로 만들기 위한 장치가 여야 극한 투쟁의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다.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규정은 법률 전문가가 부족하던 1951년 2대 국회에서 만들어졌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국회사무처로 기능 이전 등 다양한 대안도 나와 있다. 법사위의 기능을 정상화할 때가 됐다. 여야는 위원장 쟁탈전을 벌일 게 아니라 법사위의 상전 행세를 막을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민주당이 법사위의 법안 체계·자구 심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을 포함한 ‘일하는 국회법’을 21대 국회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통합당도 무조건 반대만 할 게 아니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그동안 법사위 권한 축소가 번번이 무산된 것은 여야가 입장이 바뀔 때마다 다른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이번만은 정치적 계산이 아니라 대의를 앞세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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