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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전남도청 앞에 전시된 전두환 단죄 동상. 강윤중 기자

“위민위향(爲民爲鄕), 국민을 위하고 고향을 위한다.”

충북 청주시 청남대에 있는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 동상 옆 표지석에 새겨진 글귀다. 동상은 ‘전두환 대통령길’ 산책로 중간에 있다. 청남대 대통령기념관 안에는 전씨 찬양 일색의 기록화도 있다. ‘결단력 있는 리더’로 미화된 그림이다. 남아 있어서는 안 될, 거짓과 후안무치의 흔적이다. 청남대를 관리하는 충북도가 이를 없애기로 결정한 것은 만시지탄의 감이 있다. 충북도는 조만간 동상을 철거하고, 산책로 이름을 바꾸고, 기록물을 폐기하기로 했다.

‘전두환 흔적 지우기’는 해도 해도 끝이 없다. 국가보훈처는 1985년 전씨 글씨로 새긴 국립대전현충원의 ‘현충문’ 현판을 안중근 의사의 서체로 교체하기로 했다.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영령들이 잠든 현충원에 내란죄로 대통령 예우까지 박탈당한 자의 필적은 가당치 않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1988년 남극 세종기지 준공 당시 붙인 ‘세종’ 동판도 같은 이유로 32년 만에 떼어냈다.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가 해양수산부에 철거를 요청했다고 한다. 전북 장수군 주민들은 ‘1999년 전두환’ 이름이 함께 쓰인 논개 생가터 정자 ‘단아정’ 현판을 뗐다. 백담사는 지난해 12월 전씨 부부가 1988년 11월부터 1990년 12월까지 2년여 동안 생활하며 사용했던 물품을 모두 치웠다. 의류·이불·화장대·요강·세숫대야 등을 30년 가까이 전시하다 5·18기념재단의 철거 요청을 뒤늦게 받아들였다.

역사를 바로 세우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지만 잔재는 아직도 많다. 경기 포천시 43번 국도변의 ‘호국로’ 표지석, 인천 흥륜사의 ‘정토원’ 현판, 전남 장성군 상무대 법당의 ‘전두환 범종’ 등이 우선 꼽힌다. ‘대통령 전두환’이 새겨진 범종은 전씨가 5·18민주화운동 이듬해인 1981년 광주를 방문해 기증한 것이라 한다. 서울 국립중앙도서관 기념석,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기념석에도 남아 있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민주는 이를 위해 몸 바친 희생자들의 피와 땀 덕분이다. 5·18민주화운동 40년이 되도록 전씨 흔적이 남아 있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잔재를 모두 찾아내 청산해야 한다. 그것이 정의다.

<차준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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