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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이 벌인 ‘관제 데모’ 실상이 드러났다. 청와대가 기획하면 재벌을 대변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자금을 대고, 극우단체가 움직이는 구조다. 세월호 유족을 조롱하는 집회와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집회 등이 이런 식으로 열렸을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공작을 주도한 인물은 다름 아닌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다.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전직 청와대 직원으로부터 김 전 실장이 2013년 말에서 2014년 초 극우단체에 자금 지원을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김 전 실장의 지시에 따라 정무수석실은 전경련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고, 전경련은 극우단체에 차명으로 돈을 보냈다. 진보 성향의 문화예술계 인사를 탄압하기 위해 한편으로는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극우단체를 키운 것이다. 특검은 김 전 실장 등이 2014년 6월 극우단체를 동원해 세월호 유가족을 비난하는 집회를 열게 한 구체적인 정황도 포착했다. 단식 농성 중인 유가족들 앞에서 ‘폭식 투쟁’을 벌인 극우단체의 패륜에 시민들이 충격을 받고 의아해했는데 이제야 의문이 풀린 것이다. 정권의 꼭두각시 노릇을 한 극우단체 대표들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도 적극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이 15시간이 넘는 고강도 특검 조사를 받았다. 김기춘 전 실장(왼쪽)이 15시간이 넘는 조사를 받은 뒤 18일 새벽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을 나선 뒤 차량에 탑승해 있다. 조윤선 장관도 21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은 뒤 이날 오전 6시께 특검 사무실을 나선 뒤 차량에 탑승해 있다. 연합뉴스

국내 최대 보수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이 청와대 지시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집회를 벌인 정황도 있다. 뉴시스에 따르면 자유총연맹의 관제 데모를 지시한 사람은 허현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이다. 허 행정관은 2015년 하반기 자유총연맹 고위 관계자에게 ‘세월호 진상조사 반대 집회’와 ‘국정교과서 찬성 집회’를 열어달라고 연락했다고 한다. 허 행정관은 전경련을 통해 극우단체 어버이연합 차명계좌에 수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고, 참가자 1인당 2만원씩 줘 관제 데모를 열게 한 배후자로도 지목받고 있다.

권력과 돈으로 민의를 왜곡하고 여론을 조작한 관제 데모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심각한 사안이다. 그것도 김 전 실장 등과 청와대가 조종했다니 어이가 없다. 그런데도 김수남 총장 체제의 검찰은 손을 놓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전경련이 어버이연합에 돈을 대고 청와대가 시위를 사주했다는 의혹을 지난해 4월부터 수사하고 있지만 지금껏 감감무소식이다.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의 동생이 김 총장 부속실에 근무하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관제 데모 의혹 역시 특검이 풀 수밖에 없다. 청와대와 전경련, 극우단체 간 유착 관계를 밝히고, 검찰의 직무유기 행위도 파헤쳐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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