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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러시아 월드컵 한국·독일전을 앞두고 한국의 2-0 승보다 오히려 독일의 7-0 승 가능성이 더 크다는 해외베팅업체의 평가가 있었다. 그만큼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개최국 브라질을 7-1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8-0으로 패배시킨 독일 축구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반면 스웨덴·멕시코전에서 부진했던 한국 수비진은 극심한 비난여론 속에 ‘멘털 붕괴’ 상태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우려는 기우로 판명됐다.
한국 선수들은 세계최강 독일의 슛을 육탄으로 막아냈다. 부진에 대한 자책감과 팬들의 비난이 선수를 ‘죽기 살기’로 뛰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자신감이 떨어져 출전을 포기할 생각까지 품었던 장현수 선수는 “너 때문에 진 게 아니다”라는 동료들의 다독거림에 마음을 다잡았다. 김영권 선수 역시 “월드컵 준비 4년 동안 너무 힘들었지만 이 순간을 위해 견뎠다”며 그라운드를 누볐다. 기적적인 승리를 거둔 선수들은 그간의 마음고생을 눈물로 쏟아냈다. 국가대표의 무거운 짐을 진 선수들에게 던졌던 돌팔매가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세계최강 독일을 탈락시킨 것은 세계축구의 흐름을 바꿔놓은 역사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축구의 근본 문제가 선수들의 막판 불꽃투혼 뒤에 숨어 은근슬쩍 넘어갈까 우려된다. 2002년 4강과 2010년 16강에 진출한 한국축구는 2014년 브라질에 이어 이번 러시아 월드컵까지 2회 연속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한국축구의 실패’라 규정할 수 있다. 스웨덴·멕시코전 패배에서 봤듯이 실패한 체력관리, 섣부른 전술실험 등 지도자의 경험 부족이 도드라졌다. 이제는 세계축구의 흐름에 맞는 외국인 명장급 지도자를 영입해야 한다.
한국축구는 이미 뿌리째 흔들렸다. 축구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K리그는 차이나머니로 무장한 중국리그와 선진시스템을 구축한 일본리그에 밀리고 있다. 유능한 선수들이 줄줄이 빠져나가 리그의 인기는 바닥을 기고 있다. 2011년 1000억원을 넘은 대한축구협회 예산은 700억~900억원대로 추락했다. 재임 중 2000억~3000억원대로 예산을 늘린다던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약속은 공수표가 되었다. 전국의 월드컵 열기에서 확인하듯 축구는 협회장의 것도, 축구인의 것도 아니다. 축구를 응원하는 시민들의 것이다. 새판을 짜서 출발하지 않으면 한국축구는 4년 후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도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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