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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에게 제안한 한국과 북한, 중국, 일본과의 2030년 월드컵 공동개최 구상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무엇보다 동북아 평화 콘텐츠는 한반도 통일 이전과 이후  영원한 자산이고 스포츠로 보면 이를 기반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이 많기 때문이다.

인판티노는 유능한 인물이다. 유럽축구연맹(UEFA) 사무총장 때 유럽챔피언스리그라는 상품을 성공적으로 운영했고 국가대항인 유럽축구선수권대회 본선 참가국을 16개국에서 24개국으로 확대하는 것을 주도했다. FIFA가 각 나라에서 4~5개의 경기장을 활용해 적어도 2개 국가, 많게는 3~4개의 국가가 대회를 공동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은 그가 관철시킨 월드컵 출전국을 2026년부터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한 것과 연관 있다. 한 국가에서 80개 경기를 다 치르는 것은 운영상 어려움이 있고 흥행 반감 위험도 있다.

FIFA는 월드컵 축구라는 상품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민간 비영리 국제스포츠단체다. 이들은 축구의 저변 확대를 통해 파이를 키우는 데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파이를 키우는 핵심에는 브릭스 국가(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및 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멕시코 등 신흥경제 국가와 중계권을 구입하는 미디어사, 스폰서를 구입하는 글로벌기업이 있다. 출전국이 증가하면 그만큼 저하될 수 있는 흥행의 위험요소를 제거해야 한다. 이 때문에 2~4개 국가의 공동개최는 흥행도 유지되고 비즈니스도 늘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미 2026년 월드컵은 미국, 멕시코, 캐나다의 공동개최로 확정됐다.

경제강국인 한·중·일이 자국팀 경기만 개최해도 FIFA의 주 수입원인 입장권, 중계권, 스폰서십 규모는 훨씬 커진다. 아디다스 등 글로벌기업의 마케팅 경쟁도 달아오른다. 북한도 비즈니스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평양에서 월드컵을 보고 원산에서 서핑을 즐길 수도 있다. 월드컵 로컬스폰서는 개최국 권한이라 북한 내 주력상품이나 기업을 공식스폰서로 하여 세계에 알리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중국은 세계적 스포츠마케팅 기업인 스위스 인프론트사를 완다그룹이 인수하면서 스포츠계의 영향력을 키우며 거대한 시장을 앞세워 단독개최를 희망하고 있지만 2026년부터 출전국의 확대로 명분이 약해졌다.

동북아 공동개최는 이 지역의 관광과 다양한 산업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남북한·중·일 동북아시아는 지리적으로 보면 하나의 콘텐츠로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원소스멀티유즈형 지역이다. 서울에서 응원하고 교토를 관광하거나 베이징에서 축구를 보고 원산에서 서핑을 할 수 있는 2시간 거리는 최대의 장점이다. 정치적인 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미 스포츠는 평창 올림픽을 통해 스포츠 안의 정치를 경험하며 규모를 키웠다. 지정학적으로 첨예한 한반도에 축구를 통해 동북아 평화와 경제공동체의 역량을 쌓을 수 있다.

인판티노 회장은 그동안의 FIFA의 검은 뇌물 의혹을 걷어내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투명하고 윤리적인 조직 개혁의 책무를 갖고 있다. 1년 전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동북아 월드컵 구상에 대해 비전을 언급만 하는 것으로도 강력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며 믿음을 갖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1년 후 러시아 월드컵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다시 만난 인판티노 회장은 그때만 해도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그사이에 많은 일이 일어났다면서 대통령의 열성과 추구하는 가치가 힘을 발휘했다며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FIFA 월드컵 동북아 공동개최를 위해서는 중국과 일본의 호응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비즈니스의 핵심인 상대방의 가치를 만족시켜주는 고도의 지적인 전략이 요구된다. 한국은 2002년 월드컵을 통해 축구장 인프라를 갖고 있다. 그동안 정기적으로 열리는 올림픽, 월드컵 등 국제스포츠대회의 주기성 때문에 축구협회를 비롯한 스포츠단체의 명분이 살아나고 조직 풍토가 변하지 않는 원인을 제공한 역설도 있으나 세계에 선보여도 존경받는 스포츠체계를 만들고 연마하여 역사적인 장을 만들어 내기를 기대한다.

<신재휴 서울시립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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