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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비리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김문기 전 이사장의 총장 복귀로 분규를 빚고 있는 상지대에서 김 총장 측이 교수와 학생들을 불법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한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교육부의 대학정상화방안 제시 시한을 6일 앞둔 지난 4일 김 총장 측이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의 간담회 내용을 몰래 녹음했다는 것이다. 특히 김 총장 측은 형편이 어려운 총학생회 간부를 금전으로 매수해 도청을 사주했다고 하니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사장 시절 공금횡령과 입시부정 등 온갖 비리를 일삼다가 단죄를 받았던 김 총장이 이제는 매수, 도청, 사찰 등 TV 수사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범죄행위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는 사실에 할 말을 잃을 뿐이다.

수사당국은 즉각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김 총장 측에 매수당해 도청·사찰에 동원된 학생의 양심선언으로 사건의 일단이 드러나긴 했지만 과연 누가 어떻게 이러한 범죄를 계획하고 실행에 옮겼는지, 또 다른 사찰은 없었는지 등을 낱낱이 밝혀내기 위해서는 당국의 신속하고도 전면적인 수사가 필수적이다. 교수협의회 등에 따르면 김 총장 측은 불법이 드러날 경우 이를 은폐할 계획까지 세울 정도로 치밀함을 보였다고 한다. 도청을 지시한 실무 담당자가 사찰에 동원한 총학생회 간부 학생에게 ‘혹시라도 문제가 되면 내가 녹음을 했다고 허위진술을 하겠다’며 증거인멸 의사를 밝힌 사실 등이 바로 그것이다. 당국은 김 총장 측이 증거인멸의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곧바로 수사에 들어가야 한다. 범법사실이 드러난 이들을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해야 함은 재론의 필요가 없을 것이다.

사립학교개혁과 비리추방을 위한 국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25일 서울시내에서 김문기 상지대 총장 복귀를 용인한 사학분쟁조정위원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출처 : 경향DB)


상황이 이렇게까지 최악으로 치닫게 된 데는 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 1993년 문민정부의 ‘사정 1호’로 김 총장이 구속수감되고 구재단이 축출된 뒤 상지대는 시민의 대학으로 탈바꿈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2010년 8월 교육부 소속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상지대 이사의 과반 추천권이 구재단에 있다고 판정한 데 이어 구재단 측이 1년 이상 이사회 운영을 방해하는데도 수수방관함으로써 ‘김문기 복귀’를 사실상 지원했다. 김 총장 측이 도청, 사찰 등 입에 담기조차 꺼림칙한 행위를 서슴지 않고 저지를 수 있는 토대를 교육부가 마련해 준 셈이다. 지금이라도 교육부는 상지대 정상화를 위해 온 힘을 쏟아야 한다. 그것이 그동안의 허물을 조금이나마 씻어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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