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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수수 및 성범죄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9일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김 전 차관이 검찰에 나온 것은 2013년 11월 1차 수사 이후 5년6개월 만이다. 당시 소환조사가 비공개로 진행된 만큼 언론의 포토라인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전 차관은 성범죄 혐의와 관련해 두 차례 수사를 받았으나 모두 무혐의 처분됐다. 세 번째 수사가 이뤄지는 사실 자체가 과거 수사의 부실을 입증한다. 

2005~2012년 건설업자 윤중천(58)씨로부터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고, 여성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김학의(62) 전 법무부 차관이 9일 오전 ‘김학의 의혹 관련 수사단’이 있는 동부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김 전 차관이 받고 있는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거액의 금품과 골프 접대 등 향응을 받았다는 뇌물수수 혐의다. 검찰은 윤씨 조사 과정에서 “김 전 차관이 ‘목동 재개발사업을 도와줄 테니 사업이 성공하면 집을 싸게 달라’고 요구했다”는 등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관건은 공소시효다. 김 전 차관이 수뢰 혐의로 기소되려면 총 뇌물액수가 1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이 경우 시효가 15년으로 늘어난다. 김 전 차관은 특수강간 또는 불법촬영 혐의도 받고 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5월10일 (출처:경향신문DB)

‘김학의사건’이 오랫동안 공분의 대상이 된 것은 혐의 내용 때문만은 아니다. 시민은 1·2차 수사 때 검찰이 사건을 축소·은폐했고 이 과정에 ‘박근혜 청와대’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더 주목한다. 이번 수사를 앞두고도 김 전 차관이 ‘도피성 출국’을 시도하기 전 자신이 출국금지되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고,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소속 법무관 2명이 김 전 차관의 출금 여부를 조회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때문에 아직도 검찰 내부에 ‘보이지 않는 손’이 존재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됐다. 수사단은 그럼에도 부실수사 규명 부분에 대해선 뚜렷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만약 검찰이 김 전 차관의 비리를 밝혀내 재판에 넘긴다 해도 과거 수사의 잘잘못은 가리지 않은 채 넘어간다면 시민의 분노를 잠재우기 어려울 것이다. 검찰은 제 살을 도려낸다는 각오로 수사하는 것만이 오욕을 씻고 다시 출발할 수 있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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