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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선거제 개혁에 진전된 입장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 개혁의 기본 방향에 동의한다’고 결정하고, ‘내년 1월 정치개혁특위에서 선거제 개혁안 합의-2월 임시국회에서 선거법 의결’의 일정을 제시했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예산안 동맹’을 맺기 전 야 3당이 제안했던 합의문 초안에 근접한 내용이다. 야 3당은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집권여당이 한국당과 합의해 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제 선거제 개혁의 성패 관건은 한국당으로 모아진다. 선거제도는 권력의 생성 원리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기에 헌법만큼 고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현역 의원들의 정치생명이 달린 사안이기도 하다. 여당과 제1 야당 중 어느 한쪽이라도 반대하면 선거제도 개편을 이뤄낼 방도가 없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왼쪽)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권호욱 선임기자

실제 선거제 개혁의 대의에도 불구, 번번이 불발된 것은 기득권 정당의 반대 탓이었다. 특히 영남 지역의 배타적 대표성을 사수하려는 지금의 한국당이 선거제 개혁을 등져 왔다. 중앙선관위가 20대 총선을 앞두고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안했을 때도 여당인 새누리당 반대로 도입이 무산됐다. 선거 때마다 승자독식 소선거구제의 수혜를 누려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지방선거가 이런 구도를 뒤집어 놓았다. 한국당은 선거제 개혁을 외면해 온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일례로 경기도의회 선거에서 25.47%의 정당득표율을 확보하고도 전체 의석 135석 중 4석(2.96%)을 얻는 데 그쳤다. 한국당을 저항하던 선거제 개혁의 입구로 불러낸 배경이다.

한데 한국당이 점점 후진하고 있다. 신임 나경원 원내대표는 “권력구조와 같이 논의해야 한다”며 난망한 조건을 달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선 “부정적”이라고 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원칙적으로 동감한다’던 전임 김성태 원내대표보다 후퇴한 발언이다. 당 지지율이 상승기미를 보이자, 기득권 생리가 움트는 모양이다. ‘이대로’ 가면 1당 아니면 2당은 보장되는 판에 경쟁 야당을 만들어주기 싫다는 속셈일 터이다. 좋은 정치는 유권자들의 정치적 의사나 소망이 현실에 있는 만큼의 비율로 의회에 반영되는 것이다. 국민주권의 행사 결과가 왜곡 없이 의회에서 대표되어야 하는 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당이 작은 계산에 함몰돼 30년 묵은 낡은 정치구조를 바꿀 이 절호의 기회를 저버리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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