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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군 당국이 12일 최근 철수 및 파괴 작업을 마친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에 대한 상호검증 작업을 실시했다. 남북 각 11개조 154명으로 구성된 현장검증반은 남북 시범철수 GP를 연결하는 오솔길을 통해 이동해 상대방의 GP 철수 현장을 검증했다. 양측은 GP 시설물이 복구될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파괴됐는지, 다른 군사시설로 전용할 수 없도록 불능화됐는지 여부를 확인했다. 검증과정은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남측이 북측 GP의 지하갱도 등을 확인하기 위해 특수장비를 동원했는데도 북측이 적극 협조했다고 설명했다. 

남북의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 이후 DMZ 내에 설치된 진지를 상호 방문해 들여다보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반세기 이상 총부리를 겨눠온 남북의 군인들이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굳은 악수를 나눈 뒤 상대측 안내를 받으며 평화롭게 이동하는 장면은 감격적이다. ‘군사적 긴장완화’라는 용어를 이처럼 생생하게 체현한 광경이 또 있을까.

9월 남북 평양공동선언의 합의에 따라 남북은 지난달 DMZ 내 GP 시범 철거작업을 완료하고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발굴을 위해 한반도 정중앙인 철원지역에 남북을 관통하는 전술도로를 개설했다. 북측은 지난달 20일 GP를 폭파하는 방식으로 먼저 철거를 완료하는 등 군사합의 이행에 적극적이다. 북·미 협상의 장기교착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이 사실상 무산된 상황임을 감안하면 북한의 군사적 긴장완화 의지는 이채로울 정도로 돋보인다. 북·미 협상이 난관에 빠질 경우 남북관계까지 닫아버리곤 했던 과거 행태와도 확연히 달라졌다.  

물론 북한으로서는 비핵화 협상 본격화를 앞두고 접경지역 군사적 긴장완화가 필요하다고 여겼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핵·경제 병진 노선을 폐기하고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기로 한 상황에서 군을 경제건설에 동원하기 위한 환경 조성도 시급했을 것이다. 이유야 어찌 됐건 군사적 긴장완화 실현을 위한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남북 군당국이 이처럼 약속을 착실히 이행하면서 신뢰를 쌓는 과정은 천금 같은 무게를 지닌다. 군사적 긴장완화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기초공사다. 올해 이뤄낸 성과가 판문점선언에서 합의한 ‘단계적 군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남북 군당국이 힘써주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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