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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관광, 보건·의료 등 7개 분야에 대한 서비스산업 투자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투자활성화 대책으로는 6번째, 서비스산업 대책으로는 3번째다. 박근혜 대통령은 “낡은 규제와 폐쇄적 시장구조가 아킬레스건”이라며 당위성을 설명하지만, 자본의 민원성 청탁을 경제활성화로 포장하면서 사회적 부작용과 후유증은 안중에도 없는 무모함이 놀랍다.

당장 관광분야, 그중에서 카지노 규제를 풀겠다는 게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인천 영종도의 리포&시저스, 파라다이스, 드림아일랜드 그리고 제주 신화역사공원 등 4곳의 복합리조트 사업을 원스톱으로 해결해 주겠다고 밝혔다. 말이 복합리조트지 실제는 카지노타운이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3~4년쯤 뒤면 영종도는 카지노타운이 된다. 우리는 그동안 카지노의 폐해를 수차례 경고했다. 도시 슬럼화는 물론이고 외국인에 이어 내국인까지 입장을 허용해달라고 요구할 때는 어떻게 대처할지 의문이다. 정부가 말하는 해외 관광객 및 일자리 증대 효과도 불투명하다.

정부는 12일 서비스산업 투자활성화 대책을 내놓으며 그동안 환경 훼손 우려로 중단됐던 케이블카 증설 등을 포함한 서울 남산과 주요 산악 관광지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설악산에서 운행 중인 케이블카 모습이다. _ 연합뉴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나 산악 휴양시설 건립 문제도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다. 설악산 케이블카는 이미 두 차례나 심의에서 추진 불가로 판정돼 사회적 합의가 내려진 터다. 모든 나라가 자연을 개발수단으로 삼거나 리조트화하지는 않는다. 더구나 국립공원은 개발을 최소화하는 추세다. 우리 전통이나 문화 체험에 대한 질 높은 프로그램 육성 없이 카지노와 케이블카만 있으면 외국인이 몰려올 것이라는 발상 자체가 한심하다. 박 대통령이라면 해외관광의 조건으로 카지노와 케이블카가 있는지부터 따질 것인가. 의료 규제 완화는 기업들의 민원 해결 수단으로 전락한 상태다. 정부는 제주도와 인천경제자유구역 등에 투자개방형 외국병원 설립을 허용키로 했다. 이들 사안은 중국 싼얼병원, 한진그룹이 줄기차게 해결해달라고 요청했던 것이다.

되풀이 얘기하지만 환경이나 국민감정과 민감한 규제 완화는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장애물을 돌파해야 한다”(최경환 부총리)는 접근방식으로는 논란만 키울 뿐이다. 국회는 마땅히 관련법 제·개정 과정에서 정부 계획의 무모성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지금 서민들이 정부에 바라는 것은 빈부격차 해소와 소득 향상이다. 중산층이 하류층으로 전락하고, 하류층은 질곡의 바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자본의 민원 해결 대가로 질 낮은 일자리 몇 개 얻고, 자본만 이득 보는 것은 지금 시대가 필요로 하는 경제해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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