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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모 일병 구타 사망 사건이 일어난 육군 제28사단 소속 병사 2명이 휴가를 나와 동반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중대에서 상병으로 복무 중이던 이들은 각각 휴가를 나와 지난 11일 오후 10시24분께 서울 동작구의 한 아파트에서 함께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고 한다. 도대체 어찌된 영문인가. 총기난사와 자살, 구타 사망 사고 등으로 군이 초비상 상황이고 국가적 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마당이다. 그런데 그런 일이, 그것도 윤 일병 사건으로 온 국민의 눈길이 쏠려 있는 바로 그 부대에서 일어났으니 말이다.

두 상병의 휴가 중 동반자살은 무엇보다 ‘관심병사’ 관리에 심각한 허점이 있음을 말해준다. 서울이 집인 ㄱ상병은 B급 관심병사로서 지난 5월2일 인성검사 때 자살예측 판정 및 복무 부적응 결과를 받았다고 한다. 광주가 집인 ㄴ상병은 A급 관심병사로서 군 당국이 현역복무 부적합 판정과 함께 조기전역 조치까지 취하려 했으나 부모의 반대로 계속 복무 중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복무 부적응 병사를 대상으로 사단급 및 군단급 부대가 운영하는 ‘비전캠프’와 ‘그린캠프’에 입소한 바 있고, 정신과 치료도 7~8회 받았다고 한다. 두 상병의 자살은 결과적으로 이러한 군의 관심병사 제도가 효과가 없었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윤일병이 폭행으로 사망한 경기도 연천군 28사단 포병부대에서 12일 부대원들이 내부반에 모여 인권교육을 받고 있다. (출처 : 경향DB)


특히 ㄴ상병의 예를 보면 관심병사 제도가 왜 있는지조차 의문을 품게 한다. ㄴ상병은 지난해 10월 부대에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고 11월에는 부대를 탈영했다가 8시간 만에 체포된 적도 있다. 지난 6월에는 후임병에게 “8월 휴가 중 ㄱ상병과 동반자살하려고 한다”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간부에게 제대로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군대에서 사고가 터지면 공식처럼 등장하는 것이 보고누락·축소은폐·허위보고 따위다. 보고 체계와 책임 소재를 철저히 규명해 엄중 문책해야 한다. ㄴ상병 다이어리의 “(선임병을) 죽이고 싶다”, 휴대전화 메모장의 “너무 힘들었다” 등의 메모에서 보듯이 병영생활 자체도 두 상병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몬 요인이었을 수 있다. 이 또한 수사를 통해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병영문화 혁신을 위해서는 온 국민의 ‘관심사단’이 돼 버린 28사단의 정밀 진단부터 필요하게 됐다. 군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마당에 자체 조사나 진단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야당의 주장대로 민간 전문가가 포함된 특별감찰도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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