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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20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대북 제재 위반 사항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대북 제재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미국 쪽과 긴밀한 협의하에서 진행 중”이라고 했다. 김 대변인은 “연락사무소 설치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을 위해 가장 기본적인 사업이며, 남북 간 상시적인 소통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는 데 기여하게 된다”고 했다.

대북 제재 이유가 비핵화를 앞당기기 위한 것이며, 연락사무소 설치도 동일한 목적이기 때문에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이어 “우리 정부의 활동과 편의를 위한 목적에만 사무소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며 북한에 경제적 이익을 주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남북연락사무소는 4·27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이고 그 내용이 6·12 북·미 정상회담 합의에도 포괄적으로 계승돼 있다”며 “제재 위반으로 보는 시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행정부 고위 관료가 ‘남북연락사무소 개소가 대북 제재 위반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는 한 국내언론의 보도에 대해 청와대가 입장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이미 넉달 전 판문점선언에서 합의된 사항인 데다 북측과의 협의를 거쳐 개소식 날짜와 운영방안 등이 거의 타결된 이 시점에 청와대가 대북 제재 위반이 아니라는 점을 장황하게 설명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청와대의 설명 외에 추가로 강조돼야 할 점이 있다.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 2375호 27항은 대북 제재가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따른 외교활동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제법적으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는 주권국가의 외교활동에 해당된다. 따라서 사무소 설치·운영에 필요한 유류·발전시설 공급 등 외교활동에 필요한 행위도 유엔의 제재에 저촉되지 않으며 제재 예외를 인정받아야 할 사항도 아니다. 미국의 독자제재도 안보리의 제재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미측 인사가 그런 말을 했다면 트럼프 행정부 일각에서는 남북관계 발전을 비핵화의 장애물로 간주하고 있는 셈이다. 한반도 문제 당사국이자 동맹국을 불신하고, 무시하는 오만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이 비핵화 이전까지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일체의 행위를 중단하고 대북 압박만 해야 한다는 건지 당사자에게 물어보고 싶다. 이런 시각을 가진 미국 내 관료들이 한·미 공조를 균열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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