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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떠난 지 만 8년이다. 9년 만의 정권교체로 3기 민주정부가 출범한 올해는 어느 때보다 그 의미가 남다르다. 추도식이 열린 23일 김해 봉하마을에는 역대 최다 인파가 참석해 고인을 추모했다. 노 전 대통령의 친구이자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선 처음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우리가 함께 아파했던 노무현의 죽음은 수많은 깨어있는 시민들로 되살아났다. 그리고 끝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었다”고 했다. 모두 공감할 만한 얘기다.

노 전 대통령은 생전에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고 했다. 지난겨울 1700만 시민은 정의와 민주주의가 우선하는 새 시대를 열기 위해 촛불을 들었고, 기어이 불의의 시대를 종료했다. ‘노무현정신’은 소통과 참여, 탈권위, 반특권이라는 가치의 실현과 지역주의 극복을 통한 통합정치의 구현으로 요약할 수 있다. 8년이 지났어도 많은 시민들은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해 끊임없이 현실의 벽에 돌진했던 ‘바보 노무현’을 기억하며 한목소리로 노무현정신을 외쳤다. 마침내 위대한 시민은 역사의 질곡을 희망으로 바꿔 놓았다. 깨어있는 시민의 힘이 ‘바보 노무현’을 활짝 부활시킨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앞줄 오른쪽),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앞줄 왼쪽 세번째) 등 참석자들이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1004마리의 나비를 날리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이제 우리는 다시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김대중·노무현 정부까지 지난 20년 전체를 성찰하며 성공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어느 정부, 어떤 대통령이든 공(功)과 과(過)가 있다. 이념과 입장에 따라 논란이 있을 수 있고, 지지자나 반대자 모두 인정하는 부분도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진보·보수 정부 전체를 성찰하겠다는 것은 노 전 대통령의 뜻을 이어받는 데 그치지 않고 참여정부를 뛰어넘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문재인의 길’을 가겠다는 다짐이다. 옳은 방향이다. 

문 대통령은 “저의 꿈은 국민 모두의 정부,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다”라고 했다. 또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의 둘도 없는 친구로서 어려운 결심이었을 것이다. 추모를 넘어 희망을 나누고,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국민 통합을 강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분노와 적대, 분열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국민이 주인이 되는 세상, 반칙과 특권이 없는 나라, 지역주의 타파, 권력기관의 탈정치화, 남북 평화와 번영 등 노 전 대통령이 사회에 던진 과제들은 아직 미완성이다. 노 전 대통령이 꿈꿨던 사람 사는 세상은 개혁과 통합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함께 이룰 때 가능하다. 개혁과 통합이 우리 사회 발전 동력으로 승화될 때 비로소 노무현정신은 영원한 가치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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