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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원전 1호기가 어제 다시 가동되기 시작했다. 지난 2월9일 전원 공급 중단 사고와 관련해 정밀 조사가 실시되면서 가동이 중단된 지 5개월 만이다. 그동안 고리 1호기는 6월13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 점검에서 ‘설비 상태 양호’ 판정을 받은 데 이어 지난달 4일에는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재가동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지역 주민이 고리 1호기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함에 따라 한 달가량 재가동을 미뤄왔다. 지식경제부는 지역 주민과 한수원이 각각 추천한 전문가들이 고리 1호기의 안전 점검 결과를 검토한 끝에 안전성을 확인해 재가동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가동 결정은 지역 주민의 반대가 사실상 없어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여전히 “안전 점검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재가동 결정 무효와 폐쇄를 주장하고 있다. 


고리원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심의 (출처: 경향DB)


고리 1호기의 안전성에 대한 지역 주민의 불신은 원전 관리 실태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한수원이 자초한 면이 크다. 무엇보다 2007년 고리 1호기 수명 연장을 결정한 근거인 안전성 평가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고도 무조건 안전하다고 주장하니 지역 주민으로서는 신뢰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더구나 고리 1호기는 평소 고장이 잦을 뿐 아니라 핵심 시설인 원자로의 안전성에 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터다. 최근 검찰 수사에서 밝혀진 것처럼 한수원 간부들이 부품 납품업체로부터 뇌물을 받는 행위가 상습적으로 이뤄져온 것도 불신의 주요 요인이다. 특히 정비 중이었지만, 전원 공급이 중단되는 중대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숨기다가 한 달 뒤에야 원자력안전위에 보고한 것은 불신을 증폭시키는 결정타로 작용했다. 그나마 남은 주민 신뢰는 송두리째 날아가고 말았다.


사실 원전의 안전성은 워낙 전문적인 영역이라 비전문가가 접근하기는 어렵다. 그럴수록 한수원은 원전 안전과 관련된 모든 자료를 소상히 공개해야 지역 주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안전을 점검하는 전문가 집단의 선정 자체도 신뢰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한수원은 고리 1호기 재가동에 앞서 진행된 안전 점검 과정에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 시민단체가 재가동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름철 전력난이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고리 1호기를 서둘러 재가동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고리 1호기 재가동과 전력 공급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안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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