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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우리나라가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지 1년이 된다. 정부는 1년 전 한·EU FTA를 맺을 때만 해도 장밋빛 청사진을 국민들에게 제시했다. 수출이 늘고, 유럽산 제품이 싸게 들어올 것이라고 했다. 국내총생산(GDP)이 늘고 고용도 늘어난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1년 만에 받아본 FTA 성적표는 실망스럽다. 우리의 EU 수출은 12.1% 줄었고 수입은 13.5% 늘었다. 그동안 EU와는 줄곧 무역흑자를 기록했지만 흑자 규모가 크게 줄고 있다. 정부는 유럽 재정위기 탓을 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야 효과를 제대로 알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1년 전인 2011년 7월 1일 한-EU FTA 발효 기념 리셉션에서 참석자들이 건배를 하고 있다. ㅣ 출처:경향DB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유럽은 형편이 좋지 않아 우리 물건을 팔기 어려워졌다. 반면 유럽 제품은 우리 시장을 파고드는 게 상대적으로 유리해진 것이다. 유럽 제품은 FTA로 관세를 내렸지만 국내 소비자 가격은 그다지 내리지 않았다. 주요 소비재 가운데 오히려 값이 오르는 품목도 생겼다. 소비자들이 관세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중간유통업자들이 이를 가로챈 것이다. 소비자들이 FTA 효과를 체감할 수 없을 정도다. 뒤늦게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서면서 값을 내리는 품목도 생겼다. ‘공정위 효과’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런 상황이면 왜 그토록 FTA를 서둘러 맺으려 애썼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정부는 올해를 ‘FTA 원년’이라고 선언하면서 FTA 협상을 동시다발적으로 벌이고 있다. 정부는 말도 많은 한·미 FTA를 지난 3월 발효시킨 바 있다. 최근에는 멕시코·캐나다와 FTA 협상 재개를 선언했다. 가장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한·중 FTA는 다음달 2차 실무 협상을 시작하고, 한·중·일 FTA는 연내 협상 개시를 선언할 계획이다.
그러나 의욕만 내세울 일이 아니다. 한·EU FTA 발효 1년을 계기로 그동안 칠레, 아세안 등 8개 협정, 46개국과 맺은 FTA 효과와 부작용을 세심하게 챙겨볼 필요가 있다. FTA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요술 지팡이가 아니다. 협정을 맺는다고 해서 끝날 일이 아니다. 맺은 이후가 더 중요하다. 기업과 소비자들이 얼마나 제대로 활용하는지 점검해야 한다. 정부는 ‘FTA 날개’로 글로벌 불황을 넘는다는 구호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중소기업들은 원산지 증명을 받지 못해 FTA의 과실이 ‘그림의 떡’이다. 소비자들을 위해 유통개혁을 통해 외국 제품을 싸게 사도록 하는 것도 정부의 책무다. 실속없는 FTA라면 서두를 일이 아니다. 누구를 위한 FTA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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