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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권마다 대통령의 친인척들이 적잖은 전횡과 비리를 저질러왔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만큼 정권 출범 이후 내내 구설과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인물도 찾아보기 어려울 듯하다. 국정 전반에 걸쳐 대통령을 능가할 정도의 영향력을 과시했던 그에게는 ‘상왕(上王)’ ‘만사형통(萬事兄通)’ ‘영일대군’ 등의 별명이 붙었다. 또한 그가 이른바 자원외교를 주도하자 ‘형님외교’, 그의 지역구인 경북 포항에서의 각종 사업에 국가 예산이 지나치게 많이 책정되자 ‘형님예산’이라는 새로운 시사용어까지 생겨났다.
‘대통령 위의 대통령’처럼 군림했던 이 전 의원이 솔로몬저축은행 임석 회장(구속)에게서 퇴출을 막아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의 소환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검찰의 소환은 ‘수사상의 필요’에 의한 형식적인 조사가 아니라 사법처리를 위한 수순 밟기라는 점에서 그의 정치적 사망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 대통령의 ‘영원한 멘토’라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왕(王)차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전 지경부 차관, 대통령 최측근이었던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신재민 전 문화부 차관 등이 이미 구속된 마당에 이 전 의원까지 사법처리되면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을 자처했던 이명박 정권은 그야말로 ‘완벽한 파탄’을 맞게 되는 셈이다.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각종 비리 의혹 ㅣ 출처:경향DB
이 대통령은 이제야말로 진솔한 사죄와 참회로써 국민들에게 용서를 빌어야 한다. 비록 형의 비리에 법적인 책임은 없다 하더라도 정치적 도덕적으로 무한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따지고 보면 이 전 의원이 법과 상식을 초월하면서 국정을 농단할 수 있었던 것도 동생인 현직 대통령의 권력이 뒷받침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와 함께 전근대적 토건공사와 민주주의 역주행 사례 등 국민들의 질타가 쏟아졌던 사안에 대해서는 비록 많이 늦었지만 전면적으로 반성하면서 이 전 의원 사법처리를 국정쇄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 대통령이 이번에도 진정성어린 성찰과 국정쇄신을 외면하고 ‘도덕적 완벽 정권’과 같은 허무개그로 국민을 우롱한다면 이명박 정부의 집권기간은 ‘잃어버린 5년’ 정도가 아니라 ‘대한민국 역사에서 결코 존재하지 말았어야 할 5년’으로 기억될 것이다.
검찰은 솔로몬저축은행 의혹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이 전 의원과 관련된 모든 비리 의혹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그를 둘러싼 추문은 하나둘이 아니다. 김학인 전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장에게 공천헌금 명목으로 2억원을 받았다는 것과 학교법인 포스텍이 부산저축은행에 500억원을 투자하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것 외에 프라임저축은행 퇴출저지 관련 금품 수수 의혹, 이국철 SLS회장 구명로비 의혹 등도 불거져 있다. 검찰은 이 모든 의혹을 낱낱이 파헤쳐 진상을 규명함으로써 ‘형님’ 앞에만 서면 작아졌던 그동안의 불명예를 조금이나마 씻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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