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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담뱃값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담뱃값을 현행 4500원에서 인상 전 수준인 2500원으로 내리고, 2년마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점차 올린다는 법안을 당 정책위가 만들어 곧 발의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담뱃값 인상은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주도한 것이어서 자가당착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현재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담뱃값 인하에 대해 “서민 부담 경감 차원에서 지난 대선 때 홍준표 당시 후보가 공약했던 사안”이라며 “비록 대선에서는 졌지만, 약속을 이행해 서민의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공약은 홍 후보의 낙선으로 유권자들에 의해 폐기됐다. 느닷없이 서민을 위한다며 다시 원래대로 값을 내리겠다니 어이가 없다. 당이나 국가가 정책을 바꾸려면 명분과 논리, 그리고 그럴 만한 상황 변화가 있어야 한다. 담뱃값 인상에도 흡연율에 변화가 없으니 인상의 명분이 없어졌다고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담뱃값 인상 당시 박근혜 정부는 국민 건강 증진을 내세웠다. 그사이 국민들의 건강이 갑자기 좋아졌다는 것인지 도무지 말이 안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오른쪽)와 이철우 최고위원이 26일 오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출석해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당의 담뱃값 인하 추진에는 교묘한 계산이 숨어 있다. 우선 담뱃값을 종전처럼 2500원으로 내리면 연간 약 5조원의 세수가 줄어 정부의 초고소득층·초대기업 증세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약 3조8000억원을 뛰어넘는다. 한마디로 담뱃값을 환원하면 증세 효과가 사라지는 것이다. 게다가 2015년 담뱃값 인상 당시 ‘서민 증세’라며 반발했던 민주당 입장에서도 대놓고 반대하기가 쉽지 않은 사안이다. 결국 한국당의 담뱃값 인하는 정부·여당이 막 시작한 증세 논의에 대한 맞불용 정책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당이 진정 담뱃값 인하를 추진하려면 먼저 대국민 사과부터 해야 한다. 국민 건강을 위한다는 담뱃값 인상 명분은 ‘증세 없는 복지’를 위한 세수확보용 거짓말이었다고 실토하는 게 공당의 도리다. 야당이 여당과 싸우더라도 정정당당하게 논리적으로 투쟁해야 한다. 서민의 호주머니를 턴다는 비난을 외면하면서 값을 올려놓고 이제 와서 서민을 위하겠다고 나선 것은 국민을 너무나 우습게 여기는 처사이다. 한국당은 꼼수 쓰지 말고 담뱃값 인하가 아닌 다른 정책으로 증세 논리에 맞서야 한다. 더 이상 정치를 희화화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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