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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 노동변호사’가 대법관이 됐다. 국회는 26일 본회의를 열어 김선수 변호사 등 대법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통과시켰다. 김 변호사는 다른 두 후보자와 달리 판검사를 거치지 않은 순수 재야 출신이다. 2015년부터 줄곧 대한변호사협회 추천으로 대법관 후보군에 올랐지만 번번이 대법원 문턱에서 좌절하다 이번에 마침내 입성했다. ‘대법관 김선수’의 등장이 대법원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한다.

김선수 대법관 후보자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관계자와 이야기하고 있다. 권호욱 기자

대법원의 주류는 고위 엘리트 법관이다. 이들은 대부분 사법연수원 수료 후 곧바로 법관이 되고 기록을 통해 세상을 보아온 사람들이다. 적지 않은 대법원 판결이 기계적 법리 해석에 치우치고, 다원화된 가치와 시각을 반영하는 데 실패해온 까닭이 여기에 있다. 김 변호사는 기존 대법관들과는 사뭇 다른 삶을 살아왔다. 사법시험에 수석합격하고도 판검사를 택하지 않았다. <전태일 평전>을 쓴 고 조영래 변호사의 법률사무소에 합류한 이후 30년간 노동·인권 변호사의 외길을 걸었다. 골프장 보조원(캐디) 노조 설립, 서울대병원 노동자 법정수당, 공무원노조 창립 등 주요 노동사건이 있는 곳에 그가 있었다. 기록이 아닌 현장 경험을 통해 노동자를 이해하고 노동사건을 바라보는 대법관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김 변호사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회장을 지내고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사건을 변론했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했다. 김 변호사는 “대법관으로 사는 삶은 민변과의 관계를 단절하는 데서 출발해야만 할 것”이라며 “민변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하더라도 대법관은 현행 국가보안법을 전제로 판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한국당은 끝까지 청문보고서 채택에 동의하지 않고 퇴장했다. ‘다른 생각’을 조금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옹졸함이 딱할 뿐이다.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법관사찰 의혹이 불거지며 법원에 대한 주권자의 신뢰가 나락으로 떨어진 상태이다. 분쟁의 최후 종결자여야 할 대법원이 외려 분쟁을 야기하는 어처구니없는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대법관 김선수’의 등장이 실추된 사법 신뢰를 회복하는 하나의 전기로 작용하기를 바란다. 향후 이뤄질 대법관·헌법재판관 인선에서도 ‘인적 구성의 다양성 확보’라는 가치가 충실히 구현돼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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