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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다. 공직자들이 유관 기관들로부터 경비를 지원받아 해외출장을 다니는 게 만연한 관행임이 확인됐다. 심지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유관 기관으로부터 부당하게 경비를 받아 해외출장을 다녀온 공직자가 261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권익위가 범정부점검단을 구성해 ‘김영란법’이 시행된 2016년 9월부터 올 4월까지 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해외출장 실태를 조사한 결과, 공직자들의 ‘접대성’ ‘갑질’ 해외출장이 여전하다는 게 드러난 것이다.

실상을 보면 더욱 놀랍다. 자신이 감독하는 피감기관이나 산하기관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해외출장을 다녀온 공직자가 96명에 이른다. 여기에는 국회의원만 무려 38명이 들어 있고, 국회의원 보좌진 및 입법조사관 16명, 지방의원 31명, 상급 공직자 11명이 포함됐다. 법규상 근거가 있거나 해외출장을 지원받은 사람의 전문성이 인정되는 사례 등은 제외한 것이라니 대부분 ‘외유성’ ‘접대성’ 해외출장으로 봐도 무방할 터이다. 실제 피감기관인 공기업이 소관 상임위원회 소속의 국회의원과 입법조사관을 지원한 해외출장의 경우 단순 시찰과 격려 등의 활동으로만 이뤄졌다. 낙마한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외유성 출장’과 흡사하다. 게다가 이번 사례는 김 전 원장과 달리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에 벌어진 일이다.

피감·산하 기관이 아니더라도 밀접한 직무 관련성이 있는 기관 및 단체의 지원으로 해외출장을 간 공직자도 165명에 달했다. 한 부처는 위탁납품업체로부터 매년 관행적으로 공무원 부부동반 해외출장비를 지원받았고, 한 공사 직원들은 민간항공사로부터 해외 항공권을 받았다. 대가성이 없는 접대라도 1회 100만원을 넘으면 ‘김영란법’ 위반이다. 직무 관련 기관으로부터 해외 출장 경비를 지원받은 공직자들은 명백한 처벌 대상이다.

권익위는 적발 사례를 감독기관과 소속기관에 통보, 위반사항이 최종 확인될 경우 수사의뢰나 징계 등의 제재를 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만연한 관행을 방치, 묵인해온 소속기관이 과연 제대로 조사를 하고 응당한 조치를 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수십년 ‘접대 출장’에 물들어온 국회는 말할 것도 없다. 권익위는 소속기관의 조치가 미진할 경우 감사원이나 수사기관에 이첩해서라도 이들의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김영란법’이 흐지부지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판이다. 분명한 법 위반의 경우조차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김영란법’은 그야말로 사문화될 수밖에 없다. 일벌백계가 백 개의 사후 대책보다 강한 힘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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