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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대북 특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어제 문재인 대통령의 4당 대표 초청 청와대 만찬에서 “북한에 특사를 보내 핵과 미사일 도발 중단을 요청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북한과 미국 양쪽에 동시 특사를 파견하자는 의견을 냈다. 앞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도 미국의 대북 특사 파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반도 위기가 일촉즉발인 상황에서 대북 특사를 보내 대화의 물꼬를 트자는 것이다. 정부는 이들의 주장을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4당 대표와 만나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바른정당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문 대통령, 국민의당 안철수·정의당 이정미 대표. 청와대 사진기자단

역대 정부는 한반도 정세가 경색될 때마다 대북 밀사나 특사를 파견해 남북관계를 관리해왔다. 남북 간 험악한 대결이 이어지던 박정희 정권 시절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은 북한을 방문해 ‘7·4남북공동성명’을 끌어냈고, 임동원 국가정보원장은 여러 차례 방북해 남북정상회담 성사와 남북관계 증진에 기여했다. 미국의 경우 1994년 북핵 1차위기 때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방북해 김일성으로부터 남북정상회담 약속을 얻어냈다. 성공 사례가 많은, 흔치 않은 대북정책 수단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특히 대북 특사가 평화로운 시기보다 위기 국면에서 더욱 빛을 발했던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대북 특사 시기 상조론도 존재한다. 북한의 핵개발 저지를 위한 압박과 제재에 집중해야 할 시점에 대화 카드를 꺼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핵개발 중단이나 협상을 통한 해결 의사를 비치기 전에 특사를 보내면 큰 성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대북 특사 파견을 위해서는 북핵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의 조율과 실무 물밑 접촉 등 외교적인 사전 준비가 필요한데, 북·미 간 감정이 악화된 상태에서 그것이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문제 제기도 일리 있다. 특사를 파견해 북핵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어려운 현실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전쟁 직전의 상황에 소통 채널마저 꽉 막힌 한반도 정세를 결코 그냥 둘 수 없다. 북한과 미국 최고 지도자들 간의 막말 위협이 언론 매체를 여과없이 오가며 위기가 가중되고 있는 현실을 제어할 장치가 절실하다. 대북 특사를 통해 최소한 위기가 더 심화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중요한 진전이다. 북핵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서는 말이 아니라 적극적인 실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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