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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의 뻔한 잔수에 야당이 걸려들어 허우적거리고 있다. “진퇴를 국회에서 결정해달라”는 이간책에 주도권을 다투는 형국이다. 무능에 욕심이 더해진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 3당은 ‘대통령 임기 단축 협상 불가, 2일 탄핵안 국회 처리’ 등을 합의한 바 있다. 합의안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불협화음이 터져나온 것이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어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만나 박 대통령 사퇴 문제를 논의했다. 추 대표는 내년 1월 말, 김 전 대표는 4월30일 퇴진을 각각 주장했다. 양자 회동 소식이 전해지자 공동보조를 맞춰온 국민의당이 반발했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탄핵을 발의하자고 주장하던 추 대표가 내년 1월 대통령이 퇴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는데, 왜 이렇게 나가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2일 탄핵안 국회 처리 요구에 국민의당은 “새누리당 비박의 협력이 먼저”라며 거부했다.

야당은 시민이 경계했던 바대로 행보하고 있다. 탄핵이냐 퇴진이냐, 언제 시행하나, 거국내각 구성과 개헌은 어떻게 하느냐 등으로 여야, 야야 갈등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였다. 추 대표는 이미 전두환 전 대통령 예방 및 박근혜 대통령과의 단독 회담을 추진하는 등 돌출 행동으로 ‘추키호테(추미애 + 돈키호테)’라는 별칭을 얻은 터다. 이번에도 ‘탄핵 연대’에 상처를 주면서 “추미애판 최순실이 있는 거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국민의당 반응도 문제 해결보다는 제1야당 견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1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일정 조율을 위한 야 3당 대표 회동 장소에서 먼저 기다리고 있던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운데), 정의당 심상정 대표 앞을 지나가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결국 야당 이견으로 2일 탄핵안 처리는 불발되고 마침 새누리당은 ‘4월 퇴진, 6월 대선’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만일 박 대통령이 기자들 앞에 나서 내년 4월 퇴진과 개헌을 천명하면, 탄핵 결의는 더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그간 야당은 “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한 게 뭐냐”고 비난받아왔다. 언론과 시민이 차려놓은 ‘국정농단 사건’ 밥상에 수저만 들고와 배를 불렸기 때문이다. 탄핵이라는 설거지라도 제대로 하라는 게 시민 요구인데, 그조차 못하고 있다.

이제 야당은 다른 일체의 행동을 멈추고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 처리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 할 일은 단 하나, 빈틈없는 공조다. 그래야만 새누리당 ‘비박’도 탄핵 대오에 몸을 실을 수 있다. 이것조차 못한다면 촛불이 아니라 횃불이, 청와대 앞이 아니라 야당 당사 앞에 켜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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