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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14일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부적격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송부받고 임명을 보류했다. 그렇다고 지명을 철회하지도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후보자 임명 문제는 시간을 두고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여론을 더 살피겠다는 뜻이다. 박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이라고 명시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는 전날 여당의 묵인 속에 채택됐다. 여당 의원들조차 박 후보자의 자질과 역량 부족에 고개를 저었다고 볼 수 있다. 박 후보자의 낙마는 이제 기정사실화됐다. 만에 하나 임명을 강행한다 해도 장관으로서 리더십 발휘나 정상적인 업무수행은 불가능하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문에 잠시 눈을 감고 답변을 생각하고 있다. 권호욱 기자

청와대의 구상대로라면 다음주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복귀할 때까지도 박 후보자의 거취는 결론이 나지 않을 수 있다. 이미 부적격 결론이 난 장관 후보자의 거취 문제를 오래 끄는 건 옳지도 현명하지도 않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혁신적인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가겠다고 새로 만든 부처다. 문재인 정부의 상징과도 같다. 그런데 정권 출범 넉 달이 지나도록 장관 자리를 비워둔다는 건 국정 공백과 혼란을 방치하는 꼴과 다를 바 없다.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3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도 북핵 위기에 인사 난맥이 겹친 탓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면서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고 다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벌써 6명의 고위공직자가 낙마했다. 추천과 검증 등 청와대 인사시스템에 큰 구멍이 뚫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지금이야말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사과할 건 사과하고, 잘못된 건 바로잡겠다고 말해야 할 때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후에도 침묵을 지키다 다음 날 밤에야 ‘대통령 입장문’이란 것을 내놓아 많은 지지자들을 실망시킨 바 있다. 대통령의 직접 브리핑은 하고 싶을 때만 하는 게 아니다. 심각하고 어려운 문제일수록 시민에게 솔직하게 입장을 밝히고 이해를 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이전의 ‘불통 정권’과는 달라야 한다. 지금은 여론의 향배를 살필 게 아니라 여론 앞에 직접 나서 설명할 때다.

이유를 불문하고 국정운영의 최종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대통령 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경색 정국을 풀고 국론을 모아 앞으로 나갈 수 있다. 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주요 난제들을 시민과 함께 고민하고 해법을 찾아야 문재인 정부가 성공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 그 어느 때보다 신속하고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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