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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를 두고 당 안팎에서 사퇴를 거론하고 있다. 그제는 이종구 당 정책위의장이 기자들과 만나 “오는 29일 이전에 의원총회를 열어 대선 전략에 대한 의견을 모으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며 사퇴론에 불을 댕겼다. 대선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는 29일까지 당이 원하는 지지율이 나오지 않으면 사퇴나 후보단일화 등 현실적인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내 몇몇 의원들도 사퇴를 거론했다고 한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도 심심하면 유 후보의 사퇴론을 제기하며 자기 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압박하고 있다.

유 후보와 당이 처한 상황이 엄중한 것은 사실이다. 당과 후보 모두 지지율이 2~5%에 묶여 좀처럼 뜨지 않고 있다.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절박감은 이해한다. 득표율이 10% 미만에 그치면 100억원이 넘는 선거비용을 한 푼도 보전받지 못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 후보의 사퇴는 명분이 없다. 여론조사 지지율 1·2위 후보를 남기고 모두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은 정당정치를 부정하는 처사이다. 다른 당과의 후보단일화는 사실상 하나의 당으로 선거를 치르는 것이다. 창당대회를 연 지 석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다시 하나의 당으로 뭉치겠다는 발상은 시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더구나 자유한국당은 ‘친박근혜 새누리당’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 후보가 17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인천상륙작전기념관 앞에서 열린 '바른정당 제19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에서 손가락 4개를 내보이며 자신의 후보 번호를 홍보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 후보는 지난주 원내 5개 정당 후보들 간 TV토론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더불어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유 후보의 지지율 정체가 유 후보 개인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님을 말해준다. 그보다는 바른정당이 내세운 보수의 가치에 부합하면서 바르게 서 있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바른정당은 건강한 보수, 따뜻한 보수의 기치를 쉽게 포기해서는 안된다. 유권자들은 지금 바른정당이 진정한 보수의 대표정당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 없는지 지켜보고 있다. 그런데 당이 정당한 절차를 통해 선출한 후보를 스스로 흔든다면 그것처럼 낡은 행태는 없다. 바른정당이 선거자금을 아끼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리어카를 끌며 선거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의 재집권도 천막당사에서 시작됐다. 지금 바른정당이 할 수 있는 것은 유 후보를 중심으로 최선을 다하는 일이다. 바른정당과 유 후보가 진보적 시민들까지 맘껏 지지할 수 있는 합리적 보수정당을 만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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