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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겸 상임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이 17일 전북 전주 유세에서 “문재인은 대북 송금 특검을 해서 우리 김대중 대통령을 완전히 골로 보냈다”고 말했다. 또 “문재인은 우리 전북 인사를 차별했다.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어야 전북 출신 인사가 차별을 안 받는다”고 했다. 증오와 분열,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다. 그는 안철수 후보 포스터에 당명이 없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왜 문재인 포스터에 부산 대통령 후보 문재인이라고 인쇄 안 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호남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이런 발언들이 호남의 반문 정서를 자극해 재미 좀 보겠다는 심산에서 나온 것이라면 참으로 치졸하고 역겨운 발상이다.

[장도리]2017년 4월 19일 (출처: 경향신문DB)

이번 대선은 과거와 달리 영호남 지역 대결 구도가 사라지고, 특정 후보에게 몰표를 주던 정치 정서가 옅어지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우리 정치에 새로운 희망의 싹이 트였다고 할 만큼 반가운 변화다. 지역 대결 구도는 수십년간 한국 정치를 멍들이며 많은 부작용을 낳아왔다. 그래서 망국병이라고까지 부르지 않았던가. 김대중 전 대통령은 망국적 지역주의의 최대 피해자로 꼽힌다. 박 대표는 김 전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으로 누구보다 이런 폐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그가 화합과 치유에 앞장서기는커녕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있으니 표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이용하는 구시대적 행태라고 볼 수밖에 없다. 박 대표는 2015년 민주당 2·8전당대회 때부터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문 후보를 향해 호남 홀대론으로 공격했다. 정치권에선 그때의 공격이 호남의 반문 정서를 확산시키는 주요인이 됐다고 본다. 그는 아침마다 문 후보를 상대로 ‘비판을 쏟아내며 하루를 연다’는 뜻의 ‘문모닝’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안철수 후보는 기회 있을 때마다 새 정치를 얘기하며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대립과 갈등의 시대를 끝내는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대선후보 확정 직후 안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한 것은 편가르기와 증오의 정치를 끝내고 밝은 미래로 가자는 그의 비전에 많은 시민들이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선대위원장이 지역주의를 부채질하는 선거전으로 일관한다면 안 후보가 아무리 긍정적 메시지를 낸다 해도 지역주의로 표를 모으는 후보란 오명을 벗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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