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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직속기구인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로부터 정부 개헌안의 토대가 될 헌법 자문안을 보고받았다. 문 대통령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늦지 않게 대통령 개헌안을 확정해 국민께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는 21일 개헌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헌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국회가 의결해야 한다는 절차를 감안해 6·13 지방선거 때 개헌하려면 늦어도 이날에는 발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헌의 중심이 되어야 할 국회는 논의조차 하지 않는데 대통령은 착착 개헌을 준비하고 있다. 참 이상한 개헌이다.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는 헌법이 규정한 권한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6·13 지방선거 때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러니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그 자체를 탓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시민의 뜻을 물어 개헌을 주도해야 할 국회가 개헌 논의를 진척시키지 않고 있는 점이다. 민주당과 정의당을 제외한 자유한국당 등은 개헌안조차 제출하지 않았다. 특히 한국당은 지방선거 때 개헌안 국민투표 실시를 홀로 반대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을 줄이는 개헌이 되어야 한다면서 당내 의견조차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있다. 4년 연임 대통령제 개선안을 두고도 문 대통령 퇴임 후 민주당이 최대 8년까지 정권을 장악하려는 음모로 몰아붙이고 있다. 과거 자신들이 4년 연임제를 주장하고 지방선거 때 투표하자고 공약한 사실을 잊은 듯하다.

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는 것은 야당을 압박해서라도 개헌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개헌안을 통과시키려면 국회의원 3분의 2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지금처럼 야당이 모두 반대하는 한 개헌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개헌을 밀어붙이다 개헌안이 부의조차 되지 못하면 모처럼 마련한 개헌의 기회마저 날릴 수 있다. 개헌을 무산시킨 책임을 야당에 지우면 당장 지방선거에서 유리할지 몰라도 문 대통령에게 돌아갈 비난도 적지 않다. 지금이라도 한국당이 개헌안을 내놓고 여야가 밀도있게 논의하면 개헌할 수 있다. 지난 1년간 여야는 개헌에 대해 의견을 모아왔다. 당장 개헌 시기를 결정하기 어렵다면 개헌안의 내용을 합의하는 차선책이라도 마련해야 한다. 30년 만에 시민의 권리장전을 새로 쓰는 개헌의 주객을 바꿀 수는 없다.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는 최후의 수단이다. 개헌은 국회가 주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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