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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대학의 학생 선발 자율권을 언급했다. 지난달 31일 정부가 발표한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 기본계획의 후속 조치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교육부가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난이도를 유지한다고 하면 변별력 측면에서 대학이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자율권을 갖는 방안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직접 언급으로 대학에 학생 선발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학의 학생 선발권 강화는 정부의 ‘쉬운 수능’ 기조 유지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학생들이 과도한 학업 부담에서 벗어나 꿈과 끼를 키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박 대통령의 교육 공약 핵심이다. 그런데 지난해 2015학년도 수능에서 수학 B형 만점자 비율이 4.30%나 되고 영어 만점자도 3.37%나 나오는 등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면서 변별력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했다. 따라서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부담 해소를 위해 쉬운 수능 패턴은 유지하되 변별력 확보 방안으로 학생 선발과 관련해 대학의 자율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하겠다는 게 박 대통령의 뜻인 것 같다.

대학들의 수시 원서접수가 시작된 지난해 9월 건국대 학생부종합전형에 응시하는 학생들이 입학원서를 내고 있다. (출처 : 경향DB)


걱정되는 것은 대학이다. 자율성이나 독창성은 교육의 기본 방향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공공성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가능한 일이다. 대학은 그동안 제한된 자율권 안에서도 번번이 본고사와 유사한 제도로 사교육을 부추기지 않았는지 먼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대학에 선발권을 강화하면 할수록 초·중등 교육의 입시 종속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대입 정책의 근간인 ‘3불 원칙’(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이 유지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로써는 학생 선발과 관련해 대학에 자율성을 어느 정도 선에서 어떻게 보장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교육부는 과거와 같은 본고사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고 못박고 있다. 다만 갈수록 수능 비중이 줄어들고 논술과 학교생활기록부, 면접, 적성고사 등의 중요성이 커질 것은 분명하다. 정부는 대학에 부여한 자율권이 또 하나의 본고사가 되거나 사교육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며, 대학은 설립 취지와 사회적 수요에 맞춰 공교육과 연결되고 사회적 공감도 얻을 수 있는 학생 선발 방안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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